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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엄마처럼 안 살아” “너 같은 딸 낳아봐라”

입력 : 2013-01-01 20:16:29 수정 : 2013-01-01 20: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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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시인 신달자 신작 에세이 ‘엄마와 딸’ 출간 “우리 엄마들이 딸은 어떻게든 붙잡고 제대로 교육을 시킨다. 반면 아들은 그냥 ‘방치’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오늘날 학교는 물론 사회에서도 여성의 경쟁력이 남성을 앞지르는 사례를 많이 본다. 이런 한국 여성의 힘은 순전히 가정교육, 보다 정확히 말하면 엄마들의 가르침에서 비롯한 것이다.”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은 최근 한국 여성의 ‘경쟁력’에 관해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문 교육감 말처럼 상당수 엄마들이 아들 키우기의 버거움을 호소하며 “딸이 좋다”고 한다. 

그럼 엄마와 딸은 늘 ‘찰떡궁합’이기만 할까. 우리 주변의 많은 딸들이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라고 윽박지르고, 엄마들은 “딱 너 같은 딸 하나만 낳아 봐라”라고 응수하는 모습을 보면 꼭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원로 시인 신달자(70)씨의 신작 에세이 ‘엄마와 딸’(민음사·사진)은 ‘딸’로서 70년, 세 딸의 ‘엄마’로서 45년을 산 저자의 관록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따지고 보면 세상 모든 엄마는 누군가의 딸이었다. 또 세상 모든 딸은 언젠가 누군가의 엄마가 된다. ‘엄마’와 ‘딸’은 결국 ‘여자’를 부르는 다른 이름에 불과하다.

“엄마와 딸은 왜 그 어떤 관계보다 복잡하고 예민하며 죽도록 사랑하는 관계인가. 그것은 아마도 엄마는 딸이, 딸은 엄마가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 아닐까. 독립성이 없는 두 가지 생(生)이, 두 가지 얼굴이 겹쳐지면서 자신이 싫듯 싫어하고 자신이 안쓰럽듯 안쓰러워하는 것 말이다. 그것은 엄마 속에 딸이 있고 딸 속에 엄마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인 신달자씨는 “엄마와 딸은 같은 여자이기 때문에 엄마는 딸의 잘못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딸도 엄마의 약점을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가지 못한다”고 말한다.
민음사 제공
어느덧 칠순이 된 시인이지만 지금도 엄마만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고 한다. 그는 “엄마라는 단어는 천만 번을 불러도 질리지 않는다”며 “그 엄마라는 단어를 베개 삼아 눕고, 그 엄마라는 단어에 가슴처럼 얼굴을 묻고, 그 엄마라는 단어에 볼처럼 부비고 싶다”고 고백한다.

책의 마지막에는 저자가 세 딸한테 쓴 편지가 실렸다. “사랑하는 내 딸들아”로 시작한 편지는 진한 여운을 남기며 독자들 눈가를 촉촉이 적신다.

“그래, 한 여자의 생이 저물고 한마디만 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나는 너희들을 향해 ‘딸들아’ 이렇게 말하고 눈을 감을 것 같아. … ‘딸들아’라는 말 속에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가 다 들어 있다는 것을 잊지 말기를.”

남자로서 부러운 점이 한 가지 있다. 엄마와 딸은 세월이 갈수록 친구 같아지는데, 아버지와 아들은 왜 그렇게 되기가 어려운 걸까. 엄마와 딸은 마주 앉으면 화기애애한 대화가 끊이지 않는 반면 엄마와 아들 사이엔 왜 침묵만 흐를까. 다음에는 남자 문인이 쓴 ‘아버지와 아들’ 또는 ‘엄마와 아들’이란 책을 읽고 싶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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