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중반 고도성장 산실… 주요부처 이달 세종시로

2일 각 부처에 따르면 이달 중 국토해양부, 기획재정부, 농림수산식품부, 공정거래위원회 4개 경제부처가 세종시로 이삿짐을 싼다. 지식경제부와 고용노동부는 내년 말까지 정부과천청사를 떠난다. 국토부는 지난달 26일 경제부처 가운데 가장 먼저 세종시로 이삿짐을 옮기기 시작했다. 16일까지 3차에 걸쳐 1045명이 이동한다.
재정부는 7∼18일 이사한다. 선임 부처인 재정부의 이전은 경제정책 핵심이 과천에서 세종시로 움직이는 것을 뜻한다.
경제정책의 과천시대는 사실상 종료했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책 생산이 거의 불가능해서다. 내년 경제정책 방향도 예년이면 12월 중순 이전에 발표했지만 올해는 대선 이후로 미뤘다. 9월 말 나온 2013년도 예산안이 과천판 마지막 중요 발표다.
경제정책의 과천시대는 건설부와 농수산부가 입주한 1983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과천청사 2개 동이 추가 완공되면서 1986년 1월 재무부, 상공부, 동력자원부에 이어 2월에 경제기획원이 입주하는 것을 끝으로 광화문시대에 이어 과천시대가 막을 올렸다.
거시경제를 총괄하고 개발연대를 주도한 기획원과 재무부 일부 기능은 지금의 재정부로, 상공부와 동자부는 실물경제 부처인 지식경제부로 합쳐졌다. 날고 긴다는 경제관료들이 모인 과천은 ‘경제수도’로 불리기도 했다.
과천시대가 열린 1986년은 우리 경제엔 뜻깊은 해였다. 환율, 국제금리, 유가에 걸친 ‘3저 현상’ 덕에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성장률이 1985년 7.5%에서 1986년엔 12.2%로 껑충 뛴 후 1988년까지 3년간 연평균 12% 안팎의 고도성장을 했다. 1986년엔 첫 경상수지 흑자를 냈고 국내총생산(GDP)도 100조원을 넘어섰다. 광화문시대의 마지막 해인 1985년과 작년을 비교하면 GDP는 14.4배, 1인당 국민소득은 12.2배 늘었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관악산 밑에서 사계를 만끽하던 근무환경은 이젠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며 “주중에 가족과 떨어져 지내거나 왕복 3시간 넘는 출퇴근을 강행하는 공무원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찬준 기자 skylan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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