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가을이면 서울 도심을 사진으로 물들이는 축제가 개최된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서울사진축제>는 지난 21일 개막하여 약 40일간 서울시립미술관, 서울시청사 등 서울 곳곳에서 도심 속 사진의 향연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이번 행사의 가장 큰 특징은 천만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모집한 사진을 전시하는 시민참여형 축제로 기획되었다는 점이다. 서울 각 지역에서 시민들이 고이 간직해 온 앨범 속 사진들을 전시장으로 이끌어내어 이를 바탕으로 서울의 새로운 역사를 써본다는 취지다. ‘천 개의 마을, 천 개의 기억’이라는 축제의 주제는 이러한 기획 의도를 담고 있다.
서울시는 시민들의 폭 넓은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서울시 25개 자치구 문화원 등 오프라인 창구와 네이버포토갤러리 등 온라인 창구를 활짝 열었다. 이를 통해 수집된 작품들 중 선별된 500여점의 사진은 한 개인의 역사를 보여주는 동시에 서울의 역사를 보여주며, 공식 역사가가 기록한 사진이 아닌, 서울 시민이 기억하고 기록한 역사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전시의 성과 중 하나는 서울 각 지역의 토박이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구술을 통해 서울의 역사를 촘촘히 기술할 수 있는 사료를 축적하였다는 점이다. 도시의 빠른 변화와 확장 속에서도 한 곳에 오래 살며 일가를 이룬 토박이 시민들의 경험은 매우 소중한 우리의 역사적 자산이다.
광진구 광장동에서 5대째 살아온 박정분 씨의 기념사진은 한 가족의 삶의 여정과 함께 광진구의 변화상도 보여준다. 광진교를 배경으로 한 기념사진은 그의 가족사이면서, 동시에 지역의 변화상을 보여주는 사료이기도 하다. 인물 뒤로 보이는 강기숡이 현 광나루 정보도서관 자리이다.
한편, 이번 전시에서는 사진작가가 공들여 기록한 서울에 관한 기록도 볼 수 있다. 서울이라는 지역성에 천착하여 열정적으로 서울을 기록해 온 사진작가들의 사진은 사진의 강력한 힘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준다.
개발 이전 강남을 다룬 전민조 작가의 작품들은 밭을 갈고 있는 소와 농부의 목가적인 모습이 이제 막 건설되고 있는 아파트들과 대조를 이루며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호화로운 거리의 쇼윈도우와 조명, 고층빌딩과 영어간판으로 가득 찬 지금의 강남만을 경험한 세대에게 전민조 작가의 사진은 서울이라는 도시가 만들어지고 변화해온 놀라운 과정을 간접 경험하게 한다.
이경민 서울사진축제 감독은 “이번 서울사진축제는 전문가와 특정 예술인에 의해 기록된 공식 기록과 역사에 의존한 축제가 아닌, 시민이 기록하고 간직해온 개별역사와 기록을 바탕으로 새롭게 서울의 역사를 재구성해보는 시민참여형 축제로 더욱 의미있다.”며 수집된 기록물들이 한 번의 전시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각 지역의 아카이브로 구축되어 지역의 생활사 연구와 문화 컨텐츠로 활용되고, 지역 정체성 형성의 토대가 되길 바란다고 희망을 밝히기도 했다.
<2012서울사진축제>는 11월 21일부터 12월 30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서울시청사, 서울역사박물관에서 펼쳐지며, 서울시내 화랑 및 미술관과 함께 도심을 사진으로 물들이기 위한 ‘사진의 달’ 프로그램도 동시 진행되어 축제 기간 중 20여 개의 화랑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사진전도 만나볼 수 있다.
이한호 (쥬스컴퍼니 대표 / ceo@comefunn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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