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상한 인기가수, 수상한 여자킬러, 그리고 수상한 형사들이 모여 꾸려나가는 납치 소동극 ‘자칼이 온다’(감독 배형준)가 오늘(15일) 개봉해 관객들과 만난다.
한류 아이돌그룹 JYJ의 멤버 김재중의 본격 한국영화 주연작으로 많은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 영화는 ‘소년은 울지 않는다’(2008), ‘그녀를 믿지 마세요’(2004)를 연출한 배형준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
한 날, 호텔이지만 모텔 같은 ‘파라다이스 호텔’에 모인 사람들은 각자 다른 꿍꿍이(?)가 있다. 스폰서 안젤라(김성령 분)와 밀회를 즐기기 위해 호텔에 온 인기가수 최현(김재중 분), 최현을 죽이기 위해 그를 뒤따라온 킬러 봉민정(송지효 분), 전설의 킬러 ‘자칼’을 검거하러 온 형사들(오달수, 한상진 등). 이들은 각자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얽히고설키게 되고 그 속에서 황당하면서 코믹한 상황들이 연출된다.
김재중은 첫 등장만으로 ‘헉’소리가 날 만큼 여성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히 매력적이다. 게다가 미리 작정이나 한 듯 제대로 망가졌다. 호텔에 들어서자마자 봉민정의 포로가 되고, 그의 수난은 시작된다.
입에 테이프를 붙이고 의자에 묶인 채 수없이 와인병에 머리를 가격 당한다. 맞거나 칼로 협박당하는 건 기본,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변태 상황극에 주인공으로 내몰리기도 한다.
하지만 망가진다고 다는 아니다. 흔히들 ‘망가졌다’고 할 땐 “자신을 내려놓았다”는 표현을 쓰고는 한다. 김재중이 이 작품에서 자신을 진정 내려놓았는지는 의문이다. 계속 망가지긴 하는데 막상 최현 캐릭터에 대한 공감대는 잘 형성되지 않는다. 남자주인공임에도 계속 수난만 당할 뿐, 관객을 납득시킬 만한 캐릭터 자체의 매력이나 존재감은 묻어나지 않는다.
특히 김재중은 자신의 나이보다 19살이나 많은 배우 김성령과 진한 키스신까지 펼쳐야 했는데, 이 역시 자극적(혹은 충격적)으로 보이기만 할 뿐 왜 굳이 등장해야 하는지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 이는 사생팬 에피소드에서 역시 마찬가지. 한류스타를 ‘모셔다 놓고’ 왜 의미 없는 ‘수난’만을 강요했는지 제작진의 의도를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너무 많은 이야기들을 하고 싶었던 걸까. 초반에 전개를 흥미롭게 이어가더니 중반 이후부터는 배가 산으로 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산만하게 퍼져 있는 각각의 이야기들을 하나로 모아지게 하는 응집력이 부족해 보인다.
변태놀이에 빠진 시골형사 마반장(오달수 분), 도시 출신 엘리트 형사지만 하는 일이라고는 지갑에서 돈을 꺼내는 일밖에 없는 신팀장(한상진 분), 날고 기는 남자형사들을 제치고 혼자서 추리를 다 해내는 똑똑한 여순경 등 조연 캐릭터들의 매력은 다양해서 소소한 즐거움을 준다. 15세관람가. 15일 개봉.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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