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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생명이 자라는 흙 소중히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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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10-23 21:29:17 수정 : 2012-10-23 21:2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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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체감물가 변동에 영향이 큰 농산물의 수급안정이 매우 중요한 국정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농산물의 생산량은 기상조건, 토양조건, 품종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고온과 저온, 가뭄, 홍수와 같은 기상재해는 인간의 지혜만으로 대응하기에 한계가 있지만, 농산물 생산과 농작물 재배면적은 인간의 노력으로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라승용 국립농업과학원 원장
연암 박지원 선생은 ‘과농소초’라는 농서에서 “1척 깊이의 흙을 파서 맛을 봐 단맛이 나면 상토(上土)요, 달지도 짜지도 않으면 그 다음이요, 짠맛이 나는 것은 하토(下土)”라고 했다. 토양의 산과 알칼리 비율로 지력이 달라짐에 따라 맛까지 봐가며 좋은 땅에서 건강하고 안전한 농산물을 키워낼 수 있도록 후손에게 가르쳐 주고 싶었던 것이다.

이런 선조의 노력을 본받고 토양의 구체적·체계적 정보 마련을 위해 정부는 1964년부터 전국 농경지 토양조사사업을 시작했다. 농토배양 10개년 사업과 세부 정밀토양조사사업 등을 수행했고 그 결과를 정리해 토양환경정보시스템인 ‘흙토람’ 웹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했다. ‘흙토람’은 전국 토양의 점토, 자갈, 모래 함량, 물 빠짐과 같은 물리적 정보는 물론 토양 중 양분함량을 기준으로 농작물의 비료사용량을 무료로 처방해 주고 있다. 비료사용처방서는 국가적으로 고품질 농산물의 생산성 향상은 물론 비료 사용량 절감을 통한 환경보전과 생산비 절감에도 효과가 있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처럼 흙의 가치를 알고 이를 지켜가기 위한 인식과 행동의 변화가 뒷받침돼야 할 때다. 무엇보다 국민 스스로가 주변의 흙을 소중히 간직하는 마음을 실천해야 한다.

아울러 농업인은 물, 비료, 농약과 같은 농자재를 기준에 알맞게 사용해야 한다. 흙과 더불어 물, 비료, 농약은 우리의 수질, 농산물 안전성, 온실가스와 같은 농업환경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흙을 너무 비만하지도, 너무 빈약하지도 않게 만드는 것이 건강한 농산물 성장과 생산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소비자로서 국민은 우리 농산물을 애용해야 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쿠즈네츠 박사는 “공업화를 통한 중진국 진입 이후, 농업의 발전 없이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는 농업의 환경·경제적 가치를 일찍부터 알아봤다. 경제발전과 청정한 환경 보전이 함께 이뤄지기 위해 국민은 일회성이 아닌 자원이 순환되고 있다는 생태계의 원리를 인식하고 우리의 농업을 발전시켜야 할 의무를 잊지 말아야 한다.

농업이 탄생한 이래 인간은 지구와의 공존보다는 지구를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변화시키면서 생존했다. 하지만 이젠 지구를 지키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필요한 때다. 우리는 흙이 지닌 희망의 생명력이 우리 농업·농촌에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해야 하는 시대적 사명을 안고 살아가고 있음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라승용 국립농업과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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