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초에 한 번꼴로 메시지 와… 25세 女로 접속하자 쪽지 ↓
미성년 대상 범죄 선호 확인… 비실명제 악용 거리낌 없어

“20(만원) 어때? 지금 만날 수 있을까? 우선 사진부터 보내봐. 오빠가 용돈도 줄게.”(30대 남성) “사진 싫은데.”(취재 기자)
“ㅇㅋ(오케이). 만나서 알아가면 되니까. 장소는 어디가 편한지.”(30대 남성)
‘모바일용 메신저’는 탈선의 또 다른 해방구였다. 준비는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에서 ‘채팅 애플리케이션(앱)’만 검색해 내려받으면 끝났다. ‘앱 실행→대화방 참여→대화’에 이르기까지 어떤 개인정보도 요구하지 않았다. 경찰이 단속하지만 통제는 불가능해 보였다.
22일 취재 기자는 모바일 메신저의 사용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젊은층에서 인기가 높은 메신저 5개를 써봤다. 최근 등장한 ‘펀톡’을 내려받은 뒤 ‘애인 사귀고파’라는 주제어를 골라 대화방에 입장했다. 기자는 ‘13세, 여성(애인 사귀고파∼)’을 골랐다. ‘띵똥.’ 쪽지 도착을 알리는 알림은 입장과 동시에 날아들기 시작해 수 초에 한 건꼴로 쌓여갔다.
내용은 대부분 ‘ㅈㄱ(조건 만남) 가능?’, ‘지금 바로 만나자’, ‘20 줄게’, ‘노예팅 하자’ 등 성매매 제안이었다. 실명제가 아닌 점을 악용한 듯 표현은 노골적이고 거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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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채팅앱 캡쳐 사진. |
남성은 급기야 “원하는 게 있는데, 돈은 충분히 더 주겠다”며 변태 성행위를 암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은 ‘낯선 사람과의 대화’, ‘랜덤 채팅’ 등 다른 메신저에서도 다를 바 없었다. 특히 ‘25세 여성’으로 접속했을 때보다 ‘13세 여학생’으로 등록했을 때 쪽지는 확연하게 늘어났다. 성인 남성들이 경제적 여유가 없는 어린 학생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시도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안드로이드 마켓’과 ‘애플 앱스토어’에 등록된 모바일 메신저 앱은 수천개를 헤아린다. 안드로이드 마켓에서만 2700여개, 앱스토어는 구체적인 산정이 어렵다. 최근 서울지방경찰청이 회원 수 약 60만명인 펀톡을 대상으로 수사한 결과, 7∼8월 한 달간 성매매를 암시하는 메시지를 전송한 성인 남성만 1만명에 달했다. 경찰 관계자는 “비실명제로 운영돼 서비스 제공업체들이 사전검열을 강화하는 것 외엔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박창호 숭실대 교수(정보사회학)는 “앱 자체가 유해콘텐츠를 제공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실명확인이 필요한 청소년유해 매체물로 규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금칙어 설정과 감시 강화 방안 등을 제도화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오영탁 기자 oy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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