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불산 누출사고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늘어나면서 화학공장이 들어선 산업단지 주민들의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이전에도 크고 작은 유독 물질 누출·폭발 사고가 빈발했기에 주민들의 걱정은 커지고 있다. 안전대책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산업단지들에는 초비상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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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했던 순간 지난달 27일 경북 구미에서 발생한 불산 누출 사고 당시 현장을 촬영한 폐쇄회로(CC)TV 화면이 9일 공개됐다. 탱크로리 위에서 최모(30·사망)씨 등 2명의 인부들이 작업을 하던 중 갑자기 희뿌연 불산이 새어나오고 있다. 경북지방경찰청 제공 |
여기에 지난 3일 후성 공장에서 근로자 이모씨가 가스 이송차량에 NF3(삼불화질소)를 충전하려다 화재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2004년에도 한 유독물 취급업체에서 불산 누출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시민들의 공포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울산시는 2004년 5월 남구 매암동에서 불산 약 3㎏이 누출돼 악취와 조경수 고사피해가 발생했다고 9일 밝혔다. 당시 리튬 2차전지 공장을 시운전하기 위해 불산가스를 유입하다 밸브 고장으로 누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시는 특별 지도점검에 나섰지만 불산 이외에도 미포공단과 온산공단에 암모니아, 염소 등 유독성 물질 제조·취급 업체가 밀집해 있어 불안감은 사그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도심에서 1∼1.5㎞ 거리인 두 공단에서 가동 중인 업체가 471곳에 이르고 지난해 유통된 유독물만 3445만여t으로, 전국의 33.6%를 차지한다. 취급하는 유독물질도 초산·황산·염산 등 138종에 이른다. 무엇보다 대부분 1960∼70년대 건설된 노후시설로, 사고 위험이 높은 상태다.
실제 울산지역 산업단지에서만 최근 5년간 188건의 화재·폭발사고가 발생해 4명이 숨지고 42명이 부상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포스겐 가스는 독일이 2차 대전 당시 대량 살상무기 제조에 사용했던 물질로, 이곳에서는 지난 6월19일 금호미쓰이화학에서 5㎏가량이 누출돼 근로자 80여명이 긴급 대피하는 아찔한 소동이 벌어졌다. 같은 달 7일에는 ㈜한국실리콘 제2공장에서 65명이 염화수소 등 독성혼합가스에 노출돼 혼란이 빚어졌다.
충북 청주와 충남 대산화학단지 등 최근에 조성된 산업단지들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올해 8월에 LG화학 청주공장에서는 다이옥산 폭발로 8명이 사망하고 3명이 화상을 입는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111개의 대형 플랜트가 가동 중인 대산에서는 공장 배출가스로 주민들이 두통을 호소하고 농작물이 말라죽는 피해가 십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2009년 6월에는 LG화학 에틸렌 화재로 1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화학산업단지의 재난안전관리체계를 정비·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수소방서 관계자는 9일 “유해화학물은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 따라 환경부가, 독성가스는 고압가스관리법 등을 적용해 자치단체가, 위험물은 위험물안전관리법에 의해 소방서가 관할하고 있어 일사불란한 대처가 불가능하다”며 “일본처럼 석유콤비나트 재해방지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울산·대산·여수=유재권·임정재·김정모·류송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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