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책임자들 자리 비우고, 방호복도 안 입은 채 작업
안전 불감증이 피해 키워 구미 불산가스 누출사고는 안전수칙을 어긴 근로자의 부주의로 일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휴브글로벌 불산 누출사고를 수사 중인 구미경찰서는 9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복원한 폐쇄회로(CC)TV를 통해 사고 당시의 상황을 정밀 분석한 결과 작업자들의 과실로 원료밸브가 열리는 바람에 불산이 누출됐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당시 최모(30·사망)·이모(26·사망)·박모(24·사망)씨 등 공장 직원 3명이 불산 원료 20t이 실린 탱크로리 위에서 작업을 하던 중 드럼펌프 수리기사 이모(41·사망)씨가 오자 최씨가 탱크로리에서 내려왔고, 위에 남아 있던 2명이 에어호스를 연결하던 도중 원료밸브가 열려 사고가 났다.
19.5도에서 기화하는 불산의 특성상 탱크 위에는 공기를 주입하는 에어밸브와 불산을 빼내는 원료밸브 등 두 개의 밸브가 있다. 안전한 작업을 위해 이 두 밸브를 순차적으로 여닫아야 한다.
그러나 당시 공장 직원들은 에어밸브가 잠긴 상태에서 관 이음의 접속부분인 플랜지(마개)를 열고 에어호스를 연결하고, 다시 원료밸브가 잠긴 상태에서 플랜지를 열어 원료호스를 연결해야 하는 공정 순서를 따르지 않았다.
대신 이들은 두 밸브의 마개를 열어둔 채 에어호스를 연결하다 원료밸브의 2중 안전장치인 손잡이형 레버마저 실수로 밟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마개가 열린 상태에서 레버까지 밟힌 원료밸브에서 불산가스가 뿜어져 나온 것이다.
이들은 이날 오전부터 20t짜리 2개의 탱크 위에서 불산을 빼내는 작업을 했으며 탱크당 4∼6시간이 걸려 급하게 두 번째 탱크 작업을 하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공장 책임자들도 안전을 감독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사고 당일 공장장 장모(47)씨는 충북 음성의 공장에 출장을 가서 자리를 비웠다. 안전관리책임자인 대리 윤모(41)씨도 사무실에 있었지만 현장을 관리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공장에는 방호복과 마스크, 장갑과 장화 등 안전장구가 마련돼 있었으나 근로자들이 마스크와 고무장갑만 낀 채 작업을 하다 사고를 내 피해가 늘었다.
피해현장의 토양에 대해 불산 오염 실태조사에 나선 대구지방환경청은 조사 대상 지점의 토양 모두에서 불소 농도가 토양오염 우려 기준치인 400㎎/㎏ 이하로 검출됐다고 밝혔다.
환경청은 사고 지점으로부터 150m∼1.1㎞ 떨어진 구미 산동면 봉산리에서는 불소 농도가 155∼295㎎, 830m∼1.2㎞ 떨어진 임천리 마을에서는 201∼214㎎이 검출됐다고 설명했다.
행정안전부는 구미 산동면 일대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됨에 따라 주민들에게 지방세 면제나 취득세 납부기한 연장 혜택을 주기로 했다. 창고나 축사가 부식돼 2년 이내에 복구하거나 대체 취득할 경우 취득세가 면제된다. 누출가스 피해자는 취득세 등에 대해 6개월에서 최대 1년까지 납부기한을 연장받을 수 있고, 이미 과세된 재산세 납부가 어려우면 1년까지 징수유예도 가능하다.
이태영, 대구=전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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