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은 거짓말을 처음에는 부정하고 그 다음에는 의심하지만 되풀이하면 결국 믿는다.”
독일 나치 정권의 선전장관 파울 요제프 괴벨스(1897∼1945·사진)가 남긴 말은 대중선동의 달인이었던 그의 특징을 온전히 보여준다. 아돌프 히틀러의 입으로 맹활약한 괴벨스의 성장기 생각의 폭을 드러내는 자필문서 수천장이 27일(현지시간) 미국에서 경매에 부쳐진다. 미국 코네티컷의 역사유물 경매소 ‘알렉산더 오토그래프’는 괴벨스가 유년기부터 나치 합류 시점인 1924년 직전까지 지인과 나눈 편지 수백장을 포함해 자작시, 연애편지, 극본, 대학 논문, 성적표 등을 공개한다고 23일 밝혔다. 경매 주최 측은 이들 모든 문서의 낙찰가를 최소 20만달러(약 2억2000만원)로 예상했다.
악필 등에 대한 번역의 어려움으로 10% 정도만 해독됐지만 이 중 눈길을 끄는 것은 100여통의 연애편지다. 첫사랑 여성에게 쓴 연애편지들에는 상대방에 대한 사랑의 감정과 통제의 욕구가 공존했음을 알 수 있다. 괴벨스는 한때 자매 2명을 상대로 동시에 구애할 정도로 욕구가 강했다고 알렉산더 오토그래프의 빌 파나고풀로스 사장은 평가했다. 그는 “(이 시절) 글들에서 괴벨스는 낭만적이고 절제력 있는 젊은이의 모습을 보여준다”며 “(당시만 해도) 반유대주의자로서의 모습은 미약하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괴벨스의 글들에는 전체적으로 어린 시절부터 자아 의식을 강하게 표출됐고 나이가 들수록 반유대주의적 성향을 드러났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AP통신은 “수줍으며 사랑의 감정으로 충만했던 대학생이 어떻게 과격한 성격으로 변모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라고 보도했다.
세상을 떠난 여동생의 죽음을 애도한 스승에게 보낸 감사편지에서는 냉정한 괴벨스의 모습이 담겨 있다. 그는 “(나의 슬픔은) 그래도 우리 조국이 직면한 슬픔에 비하면 가볍다”고 적었다. 일부에서는 경매소가 나치 관련 유품을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박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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