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미국 샌프란시스코 예르바부에나 예술센터에서 아이폰5를 새로 내놓은 12일(현지시간) 외신이 전한 평가다. 실망스럽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미국 언론에서는 스티브 잡스가 없는 애플이 ‘트렌드 세터’로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아이폰5가 초기에는 많이 팔리겠지만 시장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아이폰5는 전세대 모델보다 더 얇고 길어졌다. 화면도 커졌지만 더 가벼워졌고 속도도 빨라졌다. 뒷면 대부분은 유리가 아닌 알루미늄을 썼으며, 파노라마 방식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카메라 기능도 들어 있다. 아이폰 시리즈 최초로 롱텀에볼루션(LTE)망도 지원한다. 운영체제(OS)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분명 나아졌지만 출시 전부터 예상됐던 내용이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모두 좋아졌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시넷, 실리콘밸리닷컴과 같은 많은 전문 매체는 “혁신이 부족하다”는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데스티네이션 웰스 매니지먼트의 마이클 요시카미 최고책임자는 “오늘 본 것은 기존 기술의 진보를 보여주지만 놀라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아이폰5가 다른 안드로이드폰보다 오히려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이폰5는 지루한가’라는 제목의 분석기사를 통해 아이폰의 부족한 부분을 조목조목 짚었다. 아이폰5가 ‘패스북’이라는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교통카드나 쿠폰을 한 군데 모아 관리할 수 있도록 했지만, 한 번의 터치로 결제 처리를 할 수 있는 전자태그 기술 ‘NFC’가 빠졌다고 지적했다. 디스플레이는 다른 안드로이드폰보다 여전히 작고 날씨보기처럼 바탕화면에서 실행할 수 있는 위젯 기능도 없다. 배터리 사용시간도 다른 최신 스마트폰에 비해 오히려 짧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우리가 이전에 작업했던 그 어떤 제품과도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디자인을 제외하고 스티브 잡스가 남긴 유산이 아닌 것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아이폰5가 혁신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해서 애플이 시장에서 당장 어려운 상황에 놓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새 OS ‘iOS5’가 여전히 안드로이드 OS보다 간결하고 사용자 친화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잡스가 구축한 ‘애플 생태계’는 여전히 견고하다. IT업계에서는 아이폰5가 한 달 내에 1000만대 이상, 내년에는 1억∼1억2000만대, 많게는 1억6000만대까지 팔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혁신 없는 아이폰5에 대한 실망으로 판매가 예상외로 부진할 경우 애플은 난관에 직면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가 단기간 내에 새로운 기기를 출시하는 데 반해 애플의 신제품 출시 주기는 1년에 1개꼴로 길다. 아이폰5가 실패할 경우 사실상 시장을 방어할 만한 대안은 없다.
애플은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프랑스, 독일 등 9개국에서 14일부터 아이폰5 예약주문을 받아 21일부터 제품을 배송한다. 한국은 종전과 마찬가지로 첫 출시국은 물론 28일부터 판매를 시작하는 2차 출시국에서도 빠졌다. 애플은 왜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 IT업계에서는 “특허소송이 붙고 있는 상황에서 애플이 세계시장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한국시장에서 삼성에 뒤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꺼렸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에는 10∼11월 사이 아이폰5를 팔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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