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에 따르면 29일 밤 서·남해안 지방에 비를 뿌리기 시작한 덴빈은 충남 서해안에서 강원 영동으로 한반도를 대각선으로 관통하면서 비를 뿌렸다. 전남 진도에는 전날부터 비가 쏟아지면서 이날 오후까지 244㎜의 강수량을 기록했고 전북 정읍에도 이틀간 200㎜ 이상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영광과 목포에도 180㎜ 이상의 비가 내리는 등 남부지방 곳곳에서 100㎜가 넘는 강수량이 기록됐다. 비 피해가 우려됐던 제주 지역에는 이틀간 상대적으로 적은 50㎜의 비가 내렸다.
이날 최대 순간 풍속은 목포가 초당 33.7m로 가장 강했고 통영(초당 32.3m), 제주(〃 32.1m), 완도(〃 29.0m)가 뒤를 이었다. 이날 오전 전남 해남군 화원면 자동기상관측장비(AWS)에는 초당 43.2m의 바람이 기록되기도 했다.
◆강풍·폭우에 인명·침수 피해 속출
며칠 전 초당 50m를 육박하는 강풍을 몰고 온 ‘볼라벤’과 달리 덴빈은 폭우를 동반해 지나간 곳에서는 비 피해가 잇따랐다.
중앙재난안전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까지 강풍으로 2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이날 오전 전남 영암군 삼호읍 대불산업단지에서 조선블록 전문업체의 대형 철문이 넘어져 선박 도색작업 중이던 장모(52·여)씨가 깔려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 이날 오후 충남 천안에서는 계곡수로에서 통나무를 제거하던 중 서모(66)씨가 매몰돼 숨졌다.
전남 지역에서는 주택 46동이 침수·파손되면서 66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제주와 전남, 충남 등 15만여가구에는 전기공급이 끊겼다. 이날 오전 시간당 30㎜의 물폭탄이 쏟아진 전남·북 지역에는 남원 737 지방도로가 침수되는 등 도로 곳곳이 물에 잠겨 통제되기도 했다.
비의 양이 많아지면서 이날 낮 12시부터 주요댐들도 방류를 시작했다. 팔당댐과 남강댐은 이날 오후 초당 1300㎥가 넘는 물을 방류했다. 영산강 홍수통제소는 폭우로 수위가 올라가자 오전 11시50분 홍수주의보를 발령한 데 이어 오후 2시부터 홍수경보를 발령했다. 북한에서도 임진강 수위가 올라가자 이날 새벽부터 홍수경보를 발령하고 황강댐을 방류했다.
◆여객선·항공기 결항·휴교 잇따라
여객선과 항공기의 결항도 잇따랐다. 이날 오전에는 제주와 목포, 인천 등 11개 지역 93개 항로의 여객선 167척의 운항이 통제됐다가 오후 들어 일부 항로의 통제가 풀렸다. 인천·김포공항의 항공기도 200편가량 무더기로 결항됐다. 한라산, 지리산, 북한산 등 모든 국립공원도 전면 통제됐다.
덴빈의 영향으로 제주도에서는 초·중·고교 186곳 중 112곳이 휴업했으며 전남과 전북, 충남 지역에서도 휴업이나 단축수업, 조기 귀가조치가 내려졌다. 경기교육청도 이날 오후부터 태풍의 영향권으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자 학교장 재량으로 하교시간을 조정하고 학생 통학로에 침수나 산사태 위험이 있는지 점검하도록 했다.
덴빈은 31일 오전 강릉 동북동쪽 해상으로 빠져나갈 때까지 중부지방에도 비를 뿌릴 전망이다. 예상강수량은 중부지방과 경북 북부, 강원도 지역에 30∼50㎜, 많은 곳은 60㎜ 이상이다.
한편 중앙재해대책본부는 지난 12∼16일 내린 호우와 태풍 볼라벤으로 인한 피해가 극심한 지역에 대해 재난지원금 53억원을 긴급 지원키로 했다.
이태영·오현태 기자 wooa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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