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에서는 이미 웹툰의 실사화가 꾸준히 시도됐다. 인기 작가 강풀의 웹툰은 2006년 ‘아파트’를 시작으로 ‘순정만화’(2008), ‘그대를 사랑합니다’(2011) 등 다수가 영화화됐고 ‘이웃사람’, ‘26년’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웹툰 작가 윤태호의 ‘이끼’(2010)도 영화로 만들어져 관객 수백만명으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게다가 웹툰은 영화를 넘어 TV와 연극 무대의 소재 공급원으로도 자리 잡고 있다. 네티즌들의 사랑으로 높은 인기와 폭발적인 인지도를 검증받은 웹툰들은 다양한 장르의 제작사에 의해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웹툰의 영화화가 막 시도됐을 때 반응은 다소 회의적이었다. 웹툰에 대한 관심이 현재에 비해 낮았던 터라 강풀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아파트’, ‘순정만화’ 등은 만화를 소재로 했다는 것 이상의 관심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2010년 강우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이끼’는 누적관객 300만명을 훌쩍 넘었다. 배우 박해일·정재영을 비롯한 캐릭터 캐스팅 논란, 원작과 다른 내용 전개 등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은 ‘이끼’는 원작 웹툰의 인기에 비례하는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해 개봉한 ‘그대를 사랑합니다’ 역시 160만 관객을 돌파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현재 영화로 제작 중인 웹툰에도 팬들과 영화계의 눈길이 집중된 상태다. 강풀 작가의 동명 웹툰을 영화화한 ‘이웃사람’은 22일 개봉을 앞두고 김윤진 등 연기파 배우들의 적절한 캐스팅과 원작에 충실한 김휘 감독의 연출로 예비 관객들의 기대를 고조시키고 있다.
강풀 작가가 전직 대통령 암살을 도모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웹툰 ‘26년’은 이미 촬영에 돌입했다. 강우석 감독은 ‘이끼’에 이어 이종규 작가의 웹툰 ‘전설의 주먹’으로 웹툰의 영화화에 또 한 번 도전한다.
이외에도 웹툰 작가 주호민의 ‘신과 함께’, 하일권의 ‘목욕의 신’ ‘3단합체 김창남’, 서나래의 ‘낢이 사는 이야기’, 꼬마비·노마비의 ‘살인자O난감’, Hun의 ‘은밀하게 위대하게’, 현기증의 ‘사이코스릴러엄마’, 황미나의 ‘보톡스’, 강형규의 ‘라스트’, 장이의 ‘미확인 거주 물체’, 정연식의 ‘더 파이브’ 등도 영화로의 탄생을 준비 중이다.

지속적으로 이뤄진 웹툰의 영화화는 장르를 옮겨 TV 드라마와 시트콤, 연극에도 소재를 제공하는 추세다. 만화가 원수연의 웹툰 ‘매리는 외박중’이 배우 문근영, 장근석 주연의 동명 드라마로 제작돼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다수 웹툰의 드라마화는 꾸준히 시도되고 있다. 제작사 어치브그룹디엔은 지난 1월 웹툰 작가 기안84의 ‘패션왕’을 드라마화한다고 선언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연재 중인 ‘패션왕’은 평범한 고등학생 우기명이 패션에 눈을 뜨고 패션왕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리며 실제 연예계 패셔니스타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인기 웹툰 ‘입시명문사립정글고등학교’의 김규삼 작가가 연재 중인 웹툰 ‘쌉니다 천리마마트’는 시트콤으로 제작될 예정이다. 지난 1월 김종학 프로덕션은 “김규삼 작가와 계약하고 ‘쌉니다 천리마마트’의 시트콤 제작을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일권 작가의 웹툰 ‘삼봉이발소’는 지난해 제작사 제이에이치컴퍼니에 의해 연극으로 제작돼 큰 인기를 얻었다. 이에 힘입어 5월부터는 ‘삼봉이발소 시즌2’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이처럼 활발한 웹툰의 실사화 현상은 웹툰이 갖고 있는 장르적 특성에 기인한다. 한 드라마 제작자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웹툰은 독자층을 형성하는 네티즌 반응을 통해 인기를 입증한 소재고 이를 통해 향후 흥행 전망도 예측할 수 있다”며 “또 기존 소설, 만화와 비교했을 때 캐릭터 설정, 장면 묘사 등 시각적 요소가 세밀해 각색이 한층 수월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박민경 세계닷컴 기자 minkyu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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