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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철 경희대 명예교수·사학 |
최근 이 KAL 858기의 폭파범인 김현희씨가 방송에서 “지난 두 정권 시기에 ‘김현희는 가짜’로서 사건은 조작된 것”이라고 압박을 받았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과 세계가 지켜본 엄청난 사건이 항공기를 폭파시켜 자국민을 희생시킨 우리의 범죄라면 관계자는 당연히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했다. 그런데 지난 정권의 관계 당국으로부터 해외 이민을 권고 받았다고 김씨는 주장한다. 북한정권에 매우 불리한 그의 존재를 우리 땅에서 말살하고 싶었던 때문일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2003년 11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김현희가 가짜이고, 폭파의 증거가 없다”고 성명을 내자, 바로 이어 객관적이어야 할 방송매체인 MBC는 ‘PD 수첩’에서, SBS는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다음해 봄 KBS는 ‘일요 스페셜’에서 정권의 ‘나팔수’처럼 이를 되풀이해서 강조했다. 그리고 2005년 ‘과거사진상조사위원회’에서 이를 다시 조사하고,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위원회’에서 계속 조사를 했다. 그러나 아무런 발표가 없었던 것으로 보아 ‘조작된 김현희’의 가면을 밝히려던 그들의 노력은 실패한 듯 보인다.
그에 관해 상세한 수사상의 문제는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이제 진실이 명백하게 밝혀져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두 분의 대통령을 제외하고 그를 담당했던 공안담당의 검사를 비롯해 사건의 장본인이 아직 살아있으니 진실을 못 밝힐 이유가 없지 않은가.
우선 그가 진범인지부터 다시 조사하고, 그의 가짜가 사실이라면 사건을 조작한 사람은 엄중히 처벌돼야 한다. 그러나 진범임에도 그의 조작설을 유포 주장하고 그를 핍박했다면, 왜 무슨 이유로 누가 이러한 조작설을 만들었는지 명백하게 밝혀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정부와 검찰 등 공안 당국 및 언론 등에 대한 신뢰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 것이다. 하나의 사실에 대해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정반대로 달라진다면 이런 나라의 정부와 수사당국을 누가 믿겠는가.
사건의 관계자가 아직 살아있는 불과 25년 전의 역사적 진실을 지워버리거나 고쳐질 수는 없다. 1968년 무장공비에 의한 이승복 참살의 역사를 ‘조작된 신화이며 소설’이라고 14년간이나 법정투쟁을 벌이던 조작시도를 상기하면서 역사적 사실이 함부로 속이거나 삭제될 수 없음을 강조한다. 더구나 당시의 노무현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특히 청와대 기록문서를 통째로 갖고 가려고 할 만큼 역사와 기록을 사랑한 분이 아니었던가.
신용철 경희대 명예교수·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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