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리우드 히어로들이 국내 극장가를 점령한 가운데, 한국 코미디영화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미쓰GO’(감독 박철관). 고현정 유해진 등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연진 외에도 극 초반에 등장하는 반가운 얼굴이 있다.
바로 KBS 2TV 주말연속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차윤희(김남주 분)의 올케이자 교사인 민지영 역을 맡아 열연 중인 배우 진경(40)이 그 주인공이다. 3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 진솔한 얘기를 들어봤다.
드라마 속에서 그는 시어머니(김영란 분) 앞에서 옳은 소리만 하는 며느리로 등장, 시청자들로부터 ‘국민교사’ ‘국민선생님’이라는 호칭까지 부여 받았다. 그런 그가 영화 ‘미쓰GO’에서는 수녀로 위장해 여주인공 천수로(고현정 분)를 함정에 빠트리는 간교한 마약거래책 미쓰고(Miss Go) 역을 맡아 색다른 매력을 발산했다.
영화를 처음 본 사람들은 “진짜 넝굴당의 그 며느리 맞아?”라고 할 정도로 진경은 이중적인 성격의 팜므파탈 연기를 잘 소화해냈다.
그런데 영화를 찍을 당시만 해도 자신이 ‘미쓰고’란 사실은 인지하지 못했다고.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극중 그가 등장하는 장면에는 호칭이 따로 등장하지 않는다. 영화사 대표와 같은 대학을 나온 인연으로 이번 영화에 출연하게 됐다는 그는 “감독님이 처음에는 유명 배우의 카메오를 생각하셨는데 나중에 저에게 기회를 주신 걸로 안다”고 말했다.
영화를 찍을 당시만 해도 ‘무명’에 가까웠던 그였지만 ‘넝굴당’으로 인지도가 급상승한 지금, 감독과 영화사 대표의 직감은 적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촬영 들어가기 전부터 제 분량이 적다는 것은 워낙 잘 알고 있었죠. 시나리오 읽어보고 무척 재미있어서 두말 할 것 없이 ‘오케이’ 했어요. 나중에 녹음하면서 제 장면을 다시 봤는데 그 땐 진짜 배꼽 잡고 웃었어요. 이왕 코미디 연기하는 건데 좀 더 오버할 걸 그랬나 후회도 들었고요.”
실제로 만나보니 외모상의 이미지가 그런 것도 아닌데 의외로 이중적이거나 강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하는 것 같아 신기했다. 이에 대해 그는 “연극 ‘이(爾)’란 작품도 했었는데, 당시 장녹수 역할만 10년을 하다 보니 어느 정도 몸에 밴 것도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원래 나는 선한 것보다 사악한 역할이 더 어울리고, 더 즐기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영화에서 자신의 바통을 이어받아 ‘미쓰고 2’가 되는 고현정과의 호흡을 어땠을까. 진경은 “고현정씨는 후배들을 잘 배려해주는 연기자”라며 “내가 대사 하는 동안 소품이나 물건을 대신 들어주기도 하고, 자기 장면이 없을 때도 와서 대사를 맞춰준다”고 말했다.
진경은 동국대 연극영화학과를 다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재입학해 연기자의 꿈을 키웠다. 고현정과는 동국대 선후배 인연이 있는 셈이다.
“대학교 1~2학년 때인가. 고현정 선배가 학교에 오면 ‘야 고현정이다. 보러 가자’ 이러면서 구경하고는 했었어요. 이번 영화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더니 선배가 ‘너 어디있다 이제 나타났니?’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선덕여왕에도 4회 출연했었어요’라고 말했더니 ‘어디?’라며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시더군요.(웃음)”
마지막으로 그는 “‘미쓰고’는 스토리와 함께 캐릭터들의 볼거리가 가득한 영화”라면서 “진짜 미쓰고, 가짜 미쓰고의 활약, 모두 기대해달라”고 홍보멘트도 놓치지 않았다.
진경은 현재 ‘넝굴당’을 촬영 중이며, 오는 8월부터는 KBS 새 수목드라마 ‘차칸남자’에도 출연할 계획이다. 그는 “앞으로 다양한 캐릭터와 연기로 자주 찾아 뵐테니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한윤종 기자 hyj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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