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교사 간 신뢰회복 급선무

하지만 이런 문제를 바라보는 학부모와 교사의 입장은 극명하게 대조적이다. “가정에서 망가져서 오는 학생을 학교에서 교정(敎正)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교사의 주장인 데 반해, 학부모는 “요즘 교사는 학생지도에 소홀한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양자가 책임을 회피하고 전가하려는 의도만은 아닌 듯하다. 학부모와 교사가 이렇게 대립하고 반목하는 상황에서는 결코 좋은 교육을 기대할 수 없다.
학교와 가정은 교육이라는 공동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상호보완적 집단이다. 학부모의 교육관과 교사의 교육관이 항상 동일할 수는 없지만, 이들 간의 바람직한 관계는 신뢰와 협력을 토대로 형성된다. 그런데 불행히도 현재 학부모와 교사 간의 신뢰와 협력은 실종된 상태인 바, 좋은 교육을 위해서는 이의 회복이 시급하다.
신뢰의 회복에는 학부모와 교사, 가정과 학교 간의 긴밀한 의사소통이 전제조건이다. 아이의 교육문제를 놓고 교사와 학부모가 의견을 교환하고 같이 고민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자주 만나서 대화할 수 있는 통로를 활성화해야 한다.
우리나라 학부모는 교사와의 면담을 부담스러워한다. 무엇인가를 가지고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모양이다. 오죽하면 과거 김대중 정부의 한 교육부 장관은 촌지를 근절하겠다며 교사를 잠재적 범죄 집단처럼 취급해 큰 물의를 빚었던 일이 있다. 많은 교사가 모멸감에 치를 떨었다고 한다. 대단히 잘못된 발상이었다.
요즘 학부모의 선물이나 촌지를 바라는 교사는 거의 없다. 오히려 학부모가 무엇인가를 들고 올까봐 접촉을 기피하는 교사가 많다고 한다. 이러한 수치스러운 오해 역시 만나다 보면 자연히 불식되리라 믿는다.
긴밀한 의사소통과 아울러 교사는 학생의 가정환경 파악에 보다 신경을 써야 한다. 물론 우리나라 교사의 행정 업무가 과중하다는 것은 사실이며 이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점도 인정한다. 그러나 불필요한 잡무처리가 학생지도의 소홀을 합리화하는 구실이 될 수는 없다.
학부모 역시 학교의 교육활동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하고, 학교와 교사의 소중함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 학부모의 교육열이 높다고 하지만 대개 자녀의 성적을 제외하고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학부모의 학교참여란 1년에 한두 번 특별한 학교행사에 참석해 생색이나 내는 정도다. 학부모가 학교와 교사의 의미를 자녀의 진학을 위한 도구 정도로만 생각하는 풍토 속에서는 학생이 학교교육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몇 해 전 뉴욕시교육청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는 학교와 가정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24시간 연중무휴 ‘응급전화’를 운영하고 있었다. 교육현장을 지원하고 애로사항을 해소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교사에게 올바른 방향과 정보를 제시함과 아울러 조력을 제공하는 기능에 충실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우리의 교과부나 교육청도 이런 자세로 학교와 가정의 긴밀한 공조체제를 구축하는 데 기여해주길 바란다. 학교와 교사 위에 군림한다는 종래의 인식을 불식시켜 달라는 주문이기도 하다.
중앙대 교수·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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