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학교폭력 문제가 대두되자 이같이 말한 어른들이 의외로 많았다. 학생들이 목표가 없기 때문에 에너지를 폭력, 게임 등 다른 쪽으로 분출한다는 것이다.
사실 초중학생들 중 자신의 진로나 직업에 대한 확고한 생각을 가진 학생은 얼마 되지 않는다. 취업을 앞둔 대학생이나 대입을 앞둔 고교생처럼 스스로 심각하게 진로 고민을 할 나이도 아니다.
하지만 진로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목표의식을 가지고 학업과 생활에 임할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진로 탐색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 자녀들이 자신의 미래에 관심을 갖게 하려면 학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에 따라 자녀의 미래 설계를 도와 줄 직업선택의 4가지 기준을 알아봤다.

직업을 선택하는 첫 번째 기준은 ‘성격’이다.
자신의 성격을 객관적으로 알고 있으면 ‘나는 이런 점에서 뛰어나’라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고, 그런 장점을 잘 살려 직업을 택할 수 있다. 단점 또한 잘 파악하고 있다면 꾸준히 자신을 점검하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흔히들 활발한 아이는 ‘외향적’, 비교적 조용한 아이는 ‘내향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성격이란 그렇게 간단하게 구분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이의 성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격 검사로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은 MBTI 검사다. 미국의 심리학자 마이어스와 브릭스에 의해 만들어진 성격지표로, 응답자가 여러가지 질문에 답하면 그 결과를 토대로 성격 유형을 진단한다.
외향형과 내향형, 감각형과 직관형, 사고형과 감정형, 판단형과 인식형 등 선호 경향으로 구성된 16가지 유형으로 성격을 구분하고 있어 비교적 구체적이다.
학교에서 하는 경우가 많지만 따로 검사하고 싶다면 유료로 온라인이나 심리상담소에서 정확하게 검사를 받아볼 수 있다.
‘흥미’ 또한 직업을 선택에 있어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특히 아이들은 자신의 흥미 여부에 따라 결과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자녀의 흥미를 찾아 개발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운영하는 커리어넷(www.career.go.kr)에 가입하면 흥미도를 무료로 알아볼 수 있다. 약 30분에 걸쳐 192개 문항에 답하면 과학분야, 소비자경제분야, 예술분야 등 다양한 분야의 점수가 표시된 직업흥미검사표가 나온다.
점수가 가장 높게 나타나는 순서대로 자녀가 흥미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문항지 검사가 아니더라도 직업흥미를 알아볼 수 있다.
직업심리학자인 존 홀랜드는 직업흥미를 ▲현실적 ▲탐구적 ▲예술적 ▲사회적 ▲진취적 ▲관습적 등 6가지로 구분했다. 자녀가 6가지 중 어떤 것에 가장 흥미를 나타내는지 파악해 직업 선택에 참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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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1 미래직업박람회’에서 관람 온 학생들이 직접 브로치를 만들어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직업을 선택할 때 ‘적성이 맞아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적성에 맞지 않으면 대학을 다시 가거나 직업을 그만두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적성도 성격과 흥미만큼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적성이란 숨겨진 재능을 말한다. 커리어넷 홈페이지에서 흥미검사와 함께 ‘직업적성검사’도 해보자.
신체운동능력, 손재능, 수리논리력 등 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가 제시한 10가지 재능이 점수로 표시된다. 결과가 나온 뒤에는 이를 토대로 적성에 가장 맞는 직업군을 소개해 준다. 적성검사 결과가 흥미와 맞지 않는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자녀가 흥미와 적성을 둘다 고려해 가장 적절한 직업을 결정하도록 도와야 한다.
마지막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가치관’이다.
어떤 이는 인생의 가치를 ‘출세’로 생각하고 어떤 이는 ‘봉사’로 생각한다.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고 있느냐는 직업 선택에 있어서도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초중등 학창시절에 직업에 대한 가치관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커리어넷의 ‘직업가치관’ 검사를 통해 직업선택에 도움을 받아보자. 여러가지 가치관 항목을 10점 만점의 점수로 표시해 준다. 만일 ‘발전성’과 ‘더불어 일함’의 가치에서 높은 점수가 나왔다면 소방관, 수의사, 언어치료사 등의 직업이 제시된다.
누구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지는 않는다. 하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사는 것은 삶을 더욱 낭비하는 일이다.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미리 성격과 흥미, 적성과 가치관 등을 고려해 자녀가 가장 이상적인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미래를 설계하는 과정 그 자체만으로도 아이들의 생활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 준다.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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