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 베타 카파, ‘세타 베타’, ‘델타 시그마 파이’….
미국 대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교클럽의 이름이다. 지성인이라는 자부심에 그리스 문자를 이름으로 쓴다고 해서 ‘그리스 문자 클럽’으로 불린다. 선후배간에 평생 이어지는 끈끈한 인맥을 쌓는 기회가 된다. 아이비리그에서 전통의 ‘파이 베타 카파’와 같은 클럽은 누구나 들어가고 싶어하는 곳이다.
프린스턴 대학이 오는 9월 새 학기부터 신입생이 그리스 문자 클럽에 가입하거나 재학생이 신입생에게 가입을 권유하는 행위를 금지하기로 했다.
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프린스턴 대학은 남학생들의 ‘프래터니티’, 여학생들의 ‘소로니티’ 사교클럽에 가입하는 신입생이나 가입을 권유하는 재학생에게 정학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신입생이 사교클럽이 후원하는 활동에 참여할 경우 정학처분보다는 가벼운 규율조사를 받게 된다.
이 같은 조치는 폐쇄적인 사교클럽들이 대학 내 배타주의와 잘못된 음주문화 등을 조장한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사교클럽은 입회식에서 신입생을 심하게 괴롭히기로 악명 높다. 과거 코넬대에서는 입회식에 참가한 한 신입생이 지나친 음주로 목숨을 잃은 사건도 일어나 큰 문제가 됐다.
학생들은 학교 측 조치가 그리스 문자 클럽의 긍정적인 부분을 간과하고 있다고 불만이다. 상급생과 교류하면서 대학생활에 적응하는 기회를 차단해 신입생에게도 좋지 않다는 것이다. 클럽 인맥은 평생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현재 프린스턴 대학 학생 5000명 중 15% 정도인 800여명이 12개의 사교클럽에 속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박희준 특파원 july1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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