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정치권력 감시기구 설치를 정권 말기에 되풀이해 불거지는 권력형 부패에 국민은 분노하기에도 지쳤다. 멀지 않은 과거에 우리는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 부패 연루사건으로 구속되는 것을 보았으며, 가까이는 직전 대통령을 잃는 아픔도 겪었다. 그리고 정권의 임기가 끝나갈 즈음에는 대통령의 친인척과 측근이 관련된 권력형 부패사건이 어김없이 나타나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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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수 한성대 교수·행정학 |
우선 권력 주변 인사들의 낮은 공공윤리 의식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국민으로부터 신탁받은 공적 권력을 국리민복을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사적 이득을 취득하기 위한 ‘장사 밑천’으로 생각하는 천박한 의식의 소유자가 권력의 주변에 득실거린다면 그 정권은 필연적으로 부패하게 마련이다.
다음으로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는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권력형 부패의 원인을 부분적으로 찾을 수 있다. 특히 민주적 정치윤리가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행정적 권한이 한 곳에 집중돼 있으면 권력은 부패하게 마련이다. 최근 불거진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사건에서 보듯 권력집단이 각종 이권사업에 전방위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여건에서는 어느 정권에서나 권력형 비리가 발생하게 된다. 막강한 권력이 대통령에게 집중된 이러한 제도적 상황에서는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부터 이미 검은 부패동맹이 형성되게 마련이다.
뿐만 아니라 사정기관의 기능 왜곡에서 권력형 부패의 본질적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사정기관은 대통령의 권한이 시퍼렇게 살아있는 집권 초기에는 권력의 비리를 감싸다가 정권 말기에 이르면 권력자 주변의 부패에 손을 대는 관행을 되풀이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관행의 바탕에는 미래 권력에 봉사하겠다는 사정기관의 얄팍한 계산도 깔려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비록 복잡한 정치적 계산에 따른 활동이라 하더라도 정권 말기의 권력형 부패를 척결하기 위한 사정기관의 활동은 없는 것보다 낫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정권 말기마다 반복되는 권력형 부패의 고리를 끊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국가적 반부패 시스템을 바로 세울 필요가 있다. 권력의 향배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된 권력 감시기구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정권교체기마다 거론되는 가칭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의 설치가 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저축은행 비리사건에서 보듯 대통령의 친인척은 물론 감사원, 금융감독원, 검찰, 경찰, 국세청 등 사정기관 구성원이 너나없이 부패사건에 연루되는 상황에서 대통령 친인척은 물론 사정기관 구성원까지 포함하는 사정기관의 설치가 절실하다. 벤츠 여검사 사건 등에서 보듯 우리나라 사정기관의 재구조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가 되고 있다.
또한 되풀이되는 권력형 부패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제왕적 권한을 견제하기 위한 권력구조의 개편이 있어야 할 것이다. 내각제가 됐건 이원집정제가 됐건 대통령의 권한을 줄이면 권력형 부패는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끝으로 권력형 부패를 줄이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 전반의 청렴 문화를 확산시키고 정책과정에서의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권력형 부패의 척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높은 윤리의식과 도덕성을 지닌 정치집단을 국민이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이종수 한성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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