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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와 여제자2' 무임승차 실패, 사연은?

입력 : 2012-04-18 08:44:14 수정 : 2012-04-18 08:4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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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3월28일 개봉, 1개관에서 1회 상영, 누적 관객 9명….

이런 것도 '상영'이라 할 수 있을까.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이 집계한 프랑스 영화 '교수와 여제자 2'의 개봉 성적이다.

이 영화는 제목만 놓고 보면 서울 대학로 비너스홀의 성인연극 '교수와 여제자 2'의 영화 버전으로 오인하기 쉽다. 하지만 연극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또 '교수와 여제자 2'라면 '교수와 여제자 1'이 있어야 하지만, 1은 존재하지 않는다. 영화에는 '교수'도, '여제자'도 없다. 연극의 인기를 이용해 한 몫 챙기려는 수입사의 의도가 드러나는 제명인 셈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제목 따로, 내실 따로다. 원제가 '모험(A l'aventure)'인 이 영화는 애인과의 성생활에 권태를 느낀 '산드린'(카롤 브라나)이 우연히 알게 된 정신과 의사 '그렉'(아르노 비나르)을 통해 새로운 성에 눈을 뜨고 진정한 오르가슴을 찾아 모험을 떠난다는 줄거리다. 2009년 전주국제영화제의 '불면의 밤'에 초청받았을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 받은 영화다.

연출과 각본은 프랑스의 문제적 감독 장 클로드 브리소(68)가 도맡았다. 그는 1975년 첫 아마추어 영화가 거장 에릭 로메르(1920~2010)의 주목을 받으면서 연출 생활을 시작했다. 1989년 가수 바네사 파라디(40)를 스크린에 데뷔시킨 '하얀 면사포'로 프랑스의 아카데미상인 세자르영화제에서 명성을 떨쳤다. 파라디는 신인여우상을 받았다. 1992년에는 '셀린느'로 베를린영화제 금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2003년 로테르담영화제에서는 회고전이 열렸다.

주로 폭력, 도덕, 가톨릭 교회, 신비주의, 부조리 등을 다뤘다. 이를 집약한 '남자들이 모르는 은밀한 것들'(2003)로 프랑스 영화계에 충격을 안긴 뒤 프랑스 문화장관이 수여하는 '올해의 시네아스트'로 선정됐다. 동시에 이 영화에서 여배우들에게 음란행위 장면을 강요했다는 이유로 고소당해 징역을 살기도 했다.

브리소 감독의 작품답게 이 영화에도 파격적인 성 묘사가 있다. 남녀의 피학적 성행위, 그룹 성행위, 자위행위 등이 등장한다. 하지만 감독의 목적은 육체보다는 정신적 오르가슴의 실체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영화가 3년 만에 '교수와 여제자 2'로 소리 소문 없이 국내 개봉했다가 초라하게 막을 내리고 말았다.

어느 영화계 인사는 "노골적인 성애 장면도 누가 어떤 의도로 집어넣느냐에 따라 예술이냐 3류 에로물이냐가 결정된다"며 "프랑스 에로티시즘 대가의 걸작을 얼토당토 않은 제목으로 IPTV의 VOD나 웹하드 업체를 통한 다운로드 등으로 부가서비스될 때 좀 더 많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극장 개봉작' 타이틀을 얻기 위해 개봉에 의미를 두고 개봉한다는 것은 가뜩이나 불모지인 한국 예술영화의 싹을 짓밟은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편, 연극 '교수와 여제자2'의 강철웅 연출(예술집단 참)은 "우리 연극의 제목을 도용한 영화가 개봉된다는 것을 알고 수입사 측에 항의했다"면서도 "이런저런 법적 조치도 생각했지만 노이즈 마케팅 덕을 보려는 의도인 듯해 상영이 끝날 때까지 공개적으로 문제 삼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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