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수도 양곤 온통 축제 분위기
“정치적 단합 중요” 화해 강조

아웅산 수치 여사가 2일(현지시간) 환호하는 국민들을 향해 보궐선거의 승리를 선언했다. 수치 여사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 당사 앞에 모여 승리를 만끽하는 수천명의 지지자들에게 행한 연설에서 “미얀마가 오랜 압제를 끝내고 새로운 시대의 새벽을 맞이하길 바란다”며 “우리 당뿐 아니라 미얀마 정치 여정에 참가했던 모든 사람들이 함께 일궈낸 승리”라고 말했다고 AP가 전했다. 지지자들은 연설을 듣는 동안 손으로 승리의 ‘V’자를 만들어 하늘로 치켜올리며 수치 여사의 이름을 연호했다. 개표 결과는 며칠 후 공식 발표될 예정이지만 수치 여사 지지자들은 승리의 기쁨을 마음껏 발산하고 있었다고 AP는 덧붙였다.
NLD는 이번 보궐선거에 후보를 낸 44개 지역구 전 지역에서 승리를 거뒀다고 주장했다. 수치 여사는 이를 의식한 듯 “정치적 단합도 중요하다”며 테인 세인 정권에 대한 ‘화해 정치’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 참여한 모든 정당은 미얀마에 진정한 민주주의를 가져오기 위해 노력하자”고 덧붙였다.
미얀마의 옛 수도인 양곤은 전날 밤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고 AFP가 전했다. 이곳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티엔은 “이는 모든 국민의 승리다. 그들(군부)에게 한 수 가르쳐 준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선거 관련 보도가 나오는 전광판 앞에 모여 수치 여사의 당선 뉴스를 지켜봤다고 AFP가 보도했다.
선거는 일부 부정이 목격됐지만 대체적으로 공정한 것으로 평가됐다. 유럽연합(EU)에서 파견한 선거감시단 관계자는 “선거 과정은 충분히 받아들일 만했다”며 “우리가 방문한 투표소에서는 투표가 잘 진행됐고 이는 매우 중요한 점”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EU는 선거의 공정성 여부가 미얀마에 대한 제재를 거둬들일지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가 될 것이라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해왔다.
지난해 12월 미얀마를 방문해 수치 여사를 만났던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도 보궐선거과 관련해 축하의 뜻을 밝혔다. 터키를 방문 중이던 클린턴 장관은 선거 당일 저녁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선거 결과가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으나 미국은 투표에 참가한 (미얀마) 국민에게 축하를 전한다”며 “많은 미얀마 국민에게 이번 선거 절차는 처음 경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얀마 제재법을 주도한 조 크롤리 연방 하원의원은 이날 “수치 여사의 놀라운 인내력과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면서도 “그러나 여전히 수많은 정치범이 남아있는 데다 폭력사태가 이어지고 군부의 영향력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미얀마에 대한 압박을 해제하는 것은 이르다”고 지적했다.
안두원 기자 flyhig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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