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우룬파·장원·거여우 등 초호화 배우진 총출동
웨스턴·무협 반반씩 섞어…中영화 최초 1000억 흥행 수익
돈을 주고 고을 현장 자리를 산 마방덕(거여우)은 부인(유가령)을 데리고 호위병들과 함께 부임지로 향하던 중 장곰보(장원)를 우두머리로 하는 마적 떼의 습격을 받는다. 호위병들은 모두 즉사하고 마방덕과 부인 둘만이 가까스로 목숨을 건지게 된다. 마방덕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자신을 마방덕 비서 탕이라고 거짓 소개한 뒤 현장으로 부임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꾄다. 이 말을 순진하게 믿은 장곰보는 수하들을 데리고 아성에 가짜 현장으로 부임한다. 하지만 고을은 이미 오래전부터 최고의 악질 황사랑(저우룬파)이 장악한 상황. 장곰보는 고을 이권을 놓고 황사랑과 대결을 벌이기 시작한다.

‘양자탄비(讓子彈飛)’는 중국 영화 최초로 6억6000위안(약 1000억원) 이상의 흥행수익을 올린 작품이다. ‘아바타’에 이어 역대 중국 내 영화 흥행 2위 타이틀도 챙겼다.
초호화 배우들이 출연한 이 영화는 웨스턴물과 무협을 반씩 섞어 놓았다. 속도감 넘치는 전개에 만담하듯 이어지는 코믹한 대사와 액션이 영화를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든다. 끊임없이 주고받는 대사와 배우들의 과장된 몸짓 연기는 한편의 연극을 방불케 한다. 격투가 빚어지고 총기가 난사되는 중국식 웨스턴이지만, 단순히 액션영화라고만 생각하고 접근하면 조금 당혹스러울 수도 있다. 인물 심리묘사가 꽤 복잡하기 때문이다. 상영시간도 137분에 이르는 데다가 이야기가 돌고 돈다. 게다가 초한지 등 중국 고사가 빈번하게 등장하고 중화민국의 역사, 민초들의 혁명 등 간단치 않은 내용도 담겨 있어 중국 근·현대사를 전혀 모르는 관객이라면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도 만나게 된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데 지장을 초래할 만큼은 아니다.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는 꽤 크다. 능수능란하게 감정을 통제하는 저우룬파의 능글능글한 연기와 장곰보의 대쪽 같은 면을 부각한 장원의 남자다운 기개도 눈길을 끈다. 도무지 실체를 알기 어려운 거여우의 미묘한 연기도 영화에 감칠맛을 더한다.

탕 비서로 나오는 거여우는 장이머우 감독의 ‘인생’(1994)으로 칸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실력파 배우. 그의 얼굴이 스크린에 비치기만 해도 웃는다 할 만큼 중국에서 확고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아성 지역 맹주 황사랑 역의 저우룬파는 청룽, 장쯔이, 리롄제, 궁리 등과 함께 중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스타로 국내에도 두꺼운 팬층을 형성하고 있다. ‘영웅본색’ ‘첩혈쌍웅’ 등으로 홍콩영화 전성시대를 열었고, 이후 할리우드에 진출해 ‘캐러비안의 해적: 세상 끝에서’ ‘드래곤볼 에볼루션’ ‘상하이’ 등에 출연했다.
영화 제목 ‘양자탄비’는 세상만사에 지쳐 있을 때 세상을 향해 쏜 총알을 잠시 날아가게 두면 알아서 명중할 것이라는 뜻이다. 2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