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밀려오는 폭풍우에
탑승자 스카이점프 위해 끝까지 고도유지하다 참변 “위험하다. 위험하다. 나무들이 보인다.”
600m 상공에서 남긴 말을 마지막으로 무선은 끊겼다.
베테랑 열기구 조종사가 비행 중 갑자기 만난 폭풍우 속에서 자신을 희생하고 5명의 목숨을 구했다.
21일 미 언론에 따르면 열기구를 타고 스카이다이버 5명과 함께 하늘로 올랐다가 실종된 에드워드 리스타이노(63)가 사흘 만인 19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깊은 숲 속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와 함께 발견된 열기구 바구니는 바람 빠진 풍선이 뒤덮고 있었다.
리스타이노가 열기구를 타고 하늘로 오른 지난 16일 오후 조지아주는 맑은 날씨였다.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끼었다. 폭풍우가 몰아닥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 미국에서 열기구를 조종하려면 연방항공운영국에서 안전과 기상학에 관한 교육을 받고 면허를 받아야 한다. 이륙한 지 얼마 안돼 리스타이노 일행은 안개 또는 아지랑이 같은 현상을 봤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폭풍우라는 걸 알았다.
리스타이노가 지상 밴에서 대기 중인 요원에게 급히 내려가겠다고 무선으로 연락해 왔다.
지상요원들은 “레이더에 빨간 점이 나타나더니 금세 버섯모양이 되고 바로 거대한 폭풍우로 변했다”고 말했다.
어렵게 고도를 낮췄으나 여의치 않았다. 주택과 나무, 전기선이 가로막고 있었다. 안전하게 착륙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 스카이점프를 할 만한 장소를 찾는 데에도 시간이 걸렸다. 리스타이노는 끝까지 점프를 위한 충분한 고도를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열기구에 탔던 댄 이튼(47)은 “아래에 작은 땅이 보이자 그가 내리라고 말했다. 그게 마지막 말이었다”면서 “조금만 더 늦었다면 우리 모두가 폭풍우에 휘말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튼은 열기구와 헬리콥터에서 뛰어내리는 스카이다이빙을 즐겨왔다.
항공당국은 열기구가 폭풍우에 휘말려 시속 80㎞ 속도로 땅에 처박힌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박희준 특파원 july1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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