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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옆에서 활짝 웃고 있는 송진화 작가. 그는 거대담론보다 사소한(연약한) 감정 덩어리로 상처를 환기시키고 치유하려 한다. |
“나무의 살결을 드러내듯 상처 받은 몸을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언젠가는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되기 위한 몸부림이고, 그렇게 되리라는 강력한 주문, 자기암시의 얘기라 할 수 있지요.” 나무의 옹이 부위는 가슴이 됐다. 세상사 복장 터지는 일이 옹이가 된 것이다. 퉁퉁 부은 눈, 오그라든 손가락 발가락엔 아슬아슬한 일상의 버팀, 신산한 삶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퉁퉁 부은 눈은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날 것 같다.
작가는 시간과 이야기가 담긴 오래된 한옥과 사찰의 목재, 버려진 나무토막을 즐겨 사용한다. “나무도 사람을 닮았어요. 세파를 헤친 삶이 멋이 있듯, 나무도 나이테가 조밀하고 옹이질수록 아름답지요.” 30대까지 수묵화를 그렸던 작가는 10여년 전 불현듯 목조각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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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근 따근’ ‘봄 날 은 간 다’ |
그의 요즘 작품에는 강아지가 많이 등장한다. “혼자는 외로워서지요. 그러나 절대적이지 않는, 작은 위로의 존재지요. 여느 때는 애인이고, 때론 애물단지이지만 예술이 되기도 합니다. 같이 가야 하는 어떤 존재라고나 할까요.”
요즘 나무조각으로 주목받고 있는 그에게 물었다. 뭘 보여주고 싶은지. “제 속에 얽혀 있는 신경 줄들이 내외부의 어떤 것들로 인해 화학변화를 일으켜 부글부글 끓지요. 그것들이 폼 나게 어떤 꼴을 갖추기도 전에 쏟아 내는 것 아닌가 싶어요. 카타르시스랄까. 배설이랄까. 그래서 작업이 즉발적이고 사소한 감정덩어리라고 할 수 있지요. 굳이 보여주고 싶은 거라면, ‘당신이 말 못하는 사소한 감정 쪼가리가 여기 있어요. 사실 우리를 흔드는 것은 거대담론이 아니라 아주 미시적이고 사소한 것들인데요. 당신이 그렇듯이 나도 그래요’라고 말하고 싶은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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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겨움이 내 등을 밟고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
그는 인생에서 가장 강렬했던 한 순간을 꼽았다. “몇 년 전 중국의 차마고도에서 기차를 타고 끝 없는 평원을 하루 종일 달렸을 때의 일이에요. 청명한 하늘에 하얀 구름들이 둥실둥실 떠 가는데 마구 눈물이 쏟아졌어요. 울 이유도 없고 울고 싶지도 않았는데. 미스터리라고 할 수 있지요.” (02)725-1020
편완식 선임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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