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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핫무비] ‘화차’, 소설 먼저? 영화부터? 관람포인트 5단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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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2-25 15:04:19 수정 : 2012-02-25 15: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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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스터리의 여왕’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화차’가 영화화되는 것은 3월 8일 개봉하는 한국영화 ‘화차’(감독 변영주 제작 영화제작소 보임)가 최초다. 일본 버블경제의 붕괴 속 행복해지고 싶었던 두 여자의 욕망과 파국을 타인의 시선을 쫓은 소설 ‘화차’는 한국 IMF 경제위기 시대로 시공간을 옮겨 김민희, 이선균, 조성하라는 배우들로 형상화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두 작품은 같은 스토리를 다르게 풀고 있다. 영화 개봉에 맞춰 완역본으로 재출간된 소설의 원곡을 먼저 접할 것인가, 변영주 감독의 한국판 변주부터 감상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철저히 당신의 몫이다. 그 선택을 돕기 위한 5단 비교 분석을 시작한다.

◆ 헤로인: 교코(쇼코) vs 김민희(차수연)

“나는 그냥 행복해지고 싶었던 것뿐인데.”

‘화차’의 여주인공들은 모두 행복해지고 싶었을 뿐이다. 빚에 시달리는 부모로 인해 자신의 인생까지 파국으로 치닫게 된 교코는 쇼코라는 여자의 신분을 가로챈다. 이 캐릭터를 온몸으로 받아들인 배우 김민희는 강선영(차수연 분)이라는 여자를 뒤집어쓴 채 본연의 자신을 꽁꽁 숨겨둔다.
원작 소설을 먼저 접한 관객이라면, 영화 ‘화차’ 속 김민희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점점 다가온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소설 속 교코(쇼코)는 철저히 사연 뒤에 숨어 다른 사람들의 말과 기억으로만 구체화된다. 하지만 김민희는 교코(쇼코)보다 능동적인 움직임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스크린에 가득 채운다. 특히 소설 속에서 암시된 살인사건을 구체화한 영상은 시각적 충격을 더한다.

◆ 화자: 혼마 형사 vs 이선균+조성하

“걔가, 내가 알던 그 사람이 아니래!”

소설 ‘화차’의 진행을 밭은 혼마 형사는 불의의 사고로 부상을 당해 쉬고 있던 중 먼 친척 동생으로부터 약혼녀(쇼코 행세를 한 교코)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이후의 전개되는 이야기는 조력자들로부터 도움을 받으며 교코의 정체를 알아가는 혼마 형사의 독무대다. 심지어 약혼자이자 혼마 형사의 먼 친척 동생은 어느 순간부터 이 사건에 등장하지 않는다.

반면 영화 ‘화차’는 약혼녀를 잃은 문호 역의 이선균과 사촌형 종근 역의 조성하가 콤비를 이룬다. 끝까지 약혼녀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선균과 전직 형사로서 실력은 있지만 딱히 할 일이 없는 조성하는 혼마 형사를 나눠 가진 형상이다. 하지만 변영주 감독은 “영화 ‘화차’에는 실력 있는 혼마 형사가 없다. 사랑에 빠진 남자와 찌질한 전직 형사가 있을 뿐이다”고 일축했다.

 

◆ 시대: 일본 거품경제 붕괴 vs 한국 IMF 경제위기

소설 ‘화차’는 1992년 일본 발간 당시, 80년대 말 버블경제의 붕괴로 상처 입은 일본 국민들을 위로하며 시대적 공감대를 얻었고, 이는 소설의 선풍적인 인기로 이어졌다. 하지만 한국 영화 ‘화차’에 일본 거품경제의 타격을 그릴 수는 없었던 변영주 감독은 국내 정서에 맞는 사건을 한국에서 구현시켜야 했다.

변영주 감독이 “영화 ‘화차’의 시나리오 단계에서 나를 크게 괴롭혔던 문제”라고 고백한 시공간의 이동은 영화 속에서 설득력 있게 그려졌다. 다만 1990년대 말 한국을 강타한 IMF 경제 위기의 충격이 2012년 관객들로부터 소설만큼 큰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동물: 허물벗는 뱀 vs 부화하는 나비

“뱀이 끊임없이 허물을 벗는 건 언젠가는 다리가 나올 거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래요.”

소설 ‘화차’는 끊임없이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욕망을 허물 벗는 뱀에 비유한다. 자신에게 없던 것이 껍질을 벗고 변신하면 언젠가는 생길 것이라는 맹목적인 믿음은 행복을 얻기 위해 쇼코로 살 수밖에 없었던 교코의 모습을 의미하기도 한다.

반면 영화 ‘화차’에서는 김민희의 강선영이 나비를 부화시키는 행동으로 그 욕망을 표현한다. 또한 흥건한 핏물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퍼덕거리는 나비의 날갯짓은 연약한 김민희의 자태와 어우러져 무력함을 느끼게 만든다.

◆ 결말: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그녀가 왔다.”

소설이든 영화든 작품의 결말에 대한 공개는 일종의 금기다. 때문에 ‘화차’의 소설과 영화는 서로 다른 방향성을 갖고 있다는 정도로 언급할 수밖에 없다. 완전히 열려 있는 소설의 결말에 변영주 감독의 추가 전개가 더해진 영화 ‘화차’는 어떤 관객으로부터는 불만을, 또 다른 관객에게서는 만족을 끌어낼 것이다. 이 부분은 내달 8일부터 ‘화차’의 상영관에서 직접 느껴보기를 권한다.

 

박민경 기자 minkyung@segye.com
사진=영화제작소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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