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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하나가 아니다

입력 : 2012-02-10 17:12:29 수정 : 2012-02-10 17: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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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과학이론으로 다중우주론 설명
인간 존재·미래의 의미 새로 풀어내
400여 년 전 코페르니쿠스는 지구가 태양 주변을 돌고 있다는 지동설을 주장했다. 이후 지구 중심의 우주관은 여지없이 깨졌고, 인류는 항해술의 발달로 아메리카 대륙을 비롯한 신세계 개척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지구는 물론이고 태양도 우주의 중심이 아니었다.

브라이언 그린 지음/박병철 옮김/김영사/2만5000원
멀티 유니버스―우리의 우주는 유일한가/브라이언 그린 지음/박병철 옮김/김영사/2만5000원


믿었던 은하수조차 우주의 변방에 있는 그저그런 은하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이처럼 우주를 인간 중심적 관점에서 탈피하여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을 ‘코페르니쿠스적 우주관’이라고 한다. 인간이 우주를 알아갈수록 지구라는 행성의 입지는 더욱 초라해진다. 그래도 지구가 ‘생명체가 살고 있는 유일한 행성’이라는 자존심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 “우주는 하나가 아니며,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수없이 많은 우주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는 주장까지 받아들인다면, 지구가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우주까지 하나의 점으로 작아진다.

미국의 천체물리학자이며, 우주의 탄생을 초끈이론으로 명쾌하게 설명해 유명해진 저자의 또 다른 과학서다. 과학서라기보다는 우주를 설명하는 교양서로 쉽게 읽힐 수 있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의 우주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라면…, 다른 우주에서 또 다른 내가 이곳과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다면….” 누구나 한 번쯤 떠올렸을 법한 의문이다. 한 번 선택하면 절대로 되돌릴 수 없는 냉혹한 세계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다중우주는 분명히 매혹적인 개념이다.

저자는 천체물리학을 수학적으로 풀이할 경우 분명 우주는 하나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우리의 우주가 유일한 것이 아니며, 공상과학도 환상도 아니다. 저자는 “물리학적 다중우주 이론은 사변철학의 산물이 아니라 기존 이론들이 확장하면서 필연적으로 마주친 결과”라고 강조한다. 그는 현대 최첨단 과학이론으로 다중우주론을 설명하면서, 인간의 존재와 미래의 의미를 새로 풀이한다. 저자는 지금 이 순간에도 끝없이 팽창하거나 생성되고 있는 우주의 변화를 무한한 통찰력으로 조망한다.

광대한 우주를 천체 망원경으로 찍은 사진. 저자 브라이언 그린은 우리의 우주가 유일한 게 아니라며 또 다른 우주들이 존재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사실 다중우주론은 코페르니쿠스적 우주관의 최상급이라 할 만하다. 저자가 언급한 다중우주의 종류는 무려 아홉 개. 수학적 원리를 이용해 각각의 우주를 설명한다. 수학적으로 우주를 규명하다보니 다중우주론에 이르렀다는 것. 저자는 우주를 지배하는 심오한 원리가 수학이라고 정의한다. 수학은 자연 현상을 서술하기 위해 인간이 발명한 언어가 아니라 , 태초부터 만물의 흥망성쇠를 좌우해온 범우주적 규칙이라는 것. 다시 말해 발명품이 아니라 이미 존재해오다 인간이 뒤늦게 발견한 ‘지고의 섭리’라는 것이다.

저자는 수학은 우주를 지배하는 최상위의 법칙이지만, 태생적으로 수학과 친하지 않은 우리 인간은 당연히 우주 최고의 섭리에서 멀어져 있는 셈이라고 주장한다. 이처럼 수학과 물리학은 인간을 우주의 변방으로 가차없이 몰아내고 있다.

저자는 “다중우주는 정말 존재하는가 나도 모르겠다”고 자문자답하면서도, “그러나 인간의 한계를 파악하면서 광대한 진리를 찾으려면 합리적인 이론을 끊임없이 추구해야 한다. 수학은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다”고 했다. 수학과 천체물리학을 기반으로 또 다른 우주를 찾아 떠나는 저자의 노력이 21세기의 코페르니쿠스가 나타나기를 기대해본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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