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살리기’만큼 정부와 지자체가 틈만 나면 강조하고 있는 사안도 없다. 일부 젊은층을 중심으로 귀농인구가 생기고 있지만 여전히 지역 사회는 고령화, 인구 유출 등으로 활력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한 개방 압력은 지역 사회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그런데도 지역 사회가 오히려 ‘기회의 땅’이라고 말하는 이가 있다. 잘나가는 공연 기획가에서 지역 사업가로 변신한 이선철(사진) 감자꽃스튜디오 대표가 주인공이다.
그는 “지역 사회는 사업의 소재가 될 수 있는 자원들이 무궁무진하게 널려 있다”며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각광받는 슬로·로컬 푸드, 걷기 문화, 다양한 레포츠 등은 아이디어에 따라 얼마든지 개발할 수 있고, 상품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이런 생각은 실제 각종 사업에서 현실화하고 있다. 강원도 평창에서 지난해 5월 말 열었던 감자꽃마을축제는 마을주민으로 구성된 문화예술 동아리, 아티스트의 공연과 함께 지역특산물 판매 등이 결합돼 이틀 만에 1000명 이상의 관람객을 동원했다. 또 마을의 산림자원을 활용해 걷기대회, 산악오토바이, 패러글라이딩과 같은 레포츠 프로그램을 사업화한 감자꽃가을운동회는 농촌관광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는 “그동안의 각종 지역 사회 살리기 사업은 저임금도 마다하지 않는 특정 단체나 인물을 중심으로 진행됐고 이런 방식은 희생을 강요한다는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지역 사업이 많이 나와야 지속적인 지역 발전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사실 이 대표는 자우림, 이적, 긱스, 노영심 등 유명 가수의 음반을 발매한 음반사 사장으로 대학로에서 공연장을 운영한 유명 기획가였다. 이런 그가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지역 사업가로 출발한 계기는 거창하지 않았다. 건강문제로 귀촌을 결정해 쉬면서 지역 사회를 보니 무수한 사업 기회들이 보였다는 것. 그는 “지난 경험이 사업을 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자우림을 발굴해 음반을 파는 것과 지역 사업을 벌이는 건 기본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는데 바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역의 자원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사업을 벌인다면 침체된 지역 사회와 경제와 문화를 얼마든지 활기차게 바꿔 놓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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