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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여대생 한강둔치 의문의 실족사' 진실 알고보니…

입력 : 2012-01-18 11:16:10 수정 : 2012-01-18 11: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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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둔치에서 실족사로 처리됐던 한 여대생의 의문의 사망 사건이 3년 만에 죄의식을 못이긴 진범의 자백으로 세상에 공개됐다. 이에 따라 경찰은 당시 피해 학생과 함께 있었던 외국인 남성이 유력한 용의자임에도 사건 발생 이틀만에 캐나다로 출국하게 하는 등 초동수사에 실패했다는 비난에 직면하게 됐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3년 전 서울동부 이촌동 한강 둔치에서 여대생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캐나다인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09년 3월23일 오후 8시20분쯤에 용산구 이촌동 거북선 선착장에서 B(당시 23세·여)씨를 물에 빠트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A씨는 B씨를 안고 물에 함께 빠진 뒤 B씨가 물에서 나오지 못하게 하는 수법으로 살해한 것으로 파악됐다. 3년전 경찰조사에서 A씨는 B씨가 갑가기 발을 헛디뎌 강으로 추락했고, 자신이 뛰어 들어 물에서 B씨를 끌어 올려 응급처치를 시도했으나 끝내 사망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경찰은 사건 현장에 유일하게 있었던 A씨가 유력한 용의자임에도 불구하고 A씨의 진술에만 의존해 실족사로 서둘러 사건을 종결했다. 이에 따라 미흡했던 초동수사에 대한 문제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사건 현장 수면이 허리 깊이 밖에 되지 않아 익사사고가 일어나기 어려웠고, 부검결과 B씨의 겨드랑이 등에 멍자국이 발견됐지만 경찰은 이를 간과했다. 경찰은 B씨 겨드랑이의 멍자국이 A씨가 B씨를 물에서 건져 내 인공호흡을 하는 과정에 생긴 것으로 판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목격자나 증거가 없고 A씨가 B씨를 살해할 뚜렸한 목적이 없다고 판단하고 무혐의 처리했다. 하루 반나절이 지난 2009년 3월25일 오전 A씨는 캐나다로 출국했다.

3년이 흘러 지난 16일 한국을 다시 찾은 A씨는 B씨의 어머니를 만나 자신이 죽였고, 그때는 거짓진술을 했다고 자백했다. 그리고 용산경찰서로 자진 출두해 이 같은 사실을 진술했다. A씨는 지난 3년 동안 양심에 가책을 느껴 견디기 어려웠다며 모든 것을 자백하고 한국 법에 따라 처벌을 받겠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의 살해동기가 피해망상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2008년 A씨가 배낭여행을 하던 중 우연히 전주에서 만나 친구 사이로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2008년 전주의 한 대학에서 영어 강사로 활동했고, 최근까지 중국에서 영어강사로 일해왔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당시 A씨가 의심이 갔지만 일단 외국인이라 의사 소통이 어려운 점, 캐나다인이기 때문에 캐나다 대사관에서 인권 문제가 제기될 것이 우려됐다”면서 “무엇보다 증거가 부족해 풀어줄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박영준 기자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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