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이란과 거래하는 외국 은행이 미국의 은행과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규제할 예정이다. 달러화가 국제 결제 수단으로 전 세계에서 사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조치가 취해지면 이란과 거래할 수 있는 외국 은행이나 국가는 있을 수 없다. 미국이 이처럼 고강도 이란 제재를 추진하는 목적은 이란 정권 붕괴라고 워싱턴 포스트가 11일 미국 정보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이 이란의 석유 수출을 차단하는 등 경제적인 숨통을 죄면 이란 국민이 폭동을 일으키고, 이란 정권이 붕괴하는 시나리오가 전개될 수 있다는 게 미국 정부의 판단이다. 미국의 이란 제재 법이 제정되고, 유럽 국가들이 이에 동참할 움직임이 나타나자 이란의 화폐 가치가 폭락하는 등 혼란이 조성되고 있다. 미국은 이란 정부가 정권 붕괴를 우려해 서방 국가와의 협상에 응해 핵 무기 개발을 포기할 때까지 일단 강공 드라이브를 늦추지 않을 태세이다.
그렇지만 특정국에 대한 경제 제재 조치는 그 나라의 지배 엘리트보다 일반 국민이 더 큰 고통을 받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미국 일부 정부 당국자들은 이 때문에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의 목적이 내정 불안 유도 또는 정권 교체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제 제재의 결과로 정권이 붕괴할 수는 있지만 처음부터 정권 붕괴를 노리고 제재를 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베네수엘라를 방문 중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이란의 핵 개발 주장이‘조크’에 불과하다고 일갈했다.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 이란의 핵 개발을 우려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그가 주장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시설을 선제 공격하고,이란이 반격에 나섬으로써 중동에서 전쟁이 발발하는 사태가 전개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이스라엘의 독자적인 행동을 사전에 차단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란 문제를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모든 당사국이 경솔하고 돌발적인 행동을 삼가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도 무력 충돌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양측의 자제를 요구했다.
한편 미국 해군이 최근 해적에게 납치된 이란인 13명을 구한 데 이어 이번에는 페르시아 만에서 좌초한 이란 선박의 선원 6명을 구출했다. 미 국방부는 해군이 이라크 항구도시 움 카스르에서 남동쪽으로 90km 떨어진 바다에서 이란 선박의 조난 신호를 받고 구조 작업을 벌였다고 밝혔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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