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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警 치우치고 법원은 휘둘리고 국회는 잇속 챙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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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1-02 23:49:07 수정 : 2012-01-02 23:4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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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눈치 보는 수사기관 공정성 미흡
법원은 전관예우 풍토 근절해야
국회, 국민보다 정당 이익만 중시
사회지도층부터 법 수호 솔선수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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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 교수들은 법치주의 재정립을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로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의 경우 ‘정치적 중립’, 법원은 ‘전관예우 근절’을 꼽았다. 국회의 경우 전체 국민보다 특정 정당이나 정파, 개인의 정치적 이익을 더 중시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차기 정부가 법치주의 재정립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는 ‘지도층의 솔선수범’과 ‘권력기관의 중립성 보장’을 들었다.

2일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못한다’는 것이 우리나라 검·경의 가장 심각한 문제라는 의견이 많았다. 경찰은 ‘힘있는 자에 약하다’, ‘인권보호에 미흡하다’, ‘청렴하지 못하다’ 등 항목이 뒤를 이었다. 검찰은 청렴도와 인권보호에서는 경찰보다 나은 평가를 받았지만 경찰과 마찬가지로 ‘중요 사건 수사가 공정하지 못하다’, ‘재벌 등 힘있는 자에 약하다’, ‘인권보호에 미흡하다’ 등 지적을 피해가지 못했다. 법원은 정치적 중립성이나 청렴도에서는 검·경보다 훨씬 나은 평가를 받았다.

우리나라 사법부에 대해서는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못한다’거나 ‘청렴하지 못하다’고 한 이는 각각 9명, 4명에 그쳤다.

반면 법원은 ‘전관예우에 휘둘린다’는 지적이 많았다. 설문에 응한 교수 50명 중 무려 41명이 우리나라 법원의 문제점으로 전관예우를 들었다.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판사 출신 변호사만 선임하면 만사형통’이라는 세간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급선무임을 알 수 있다.

국회의사당, 대법원, 대검찰청 건물은 흔히 ‘법치주의의 상징’으로 통한다. 하지만 본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대다수 법학교수는 “국회는 당리당략에만 치중하고, 법원은 전관예우 관행에 휘둘리며, 검찰은 정치적 중립성이 부족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입법부에 대한 교수들의 평가는 한층 냉정했다. 설문에 응한 50명 중 무려 42명이 우리나라 국회의 폐단으로 ‘전체 국민보다 특정 정당 이익을 중시한다’는 점을 들었다. 지난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싼 정당 간 이해득실 계산에 발목이 잡혀 몇 달 동안 거의 아무 일도 못하고 ‘식물국회’로 전락한 것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교수들은 이어 ‘헌법·법률 규정 무시’ ‘청렴하지 못함’ ‘전문성 부족’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국회가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예산안 처리 시한을 제대로 지킨 적이 거의 없다는 점, 개원 후 수많은 의원이 부정부패나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금배지’를 잃은 점을 생각하면 매우 타당한 지적이다. 교수들은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나 헌법불합치 판정을 내린 법률 상당수가 정비되지 않고 방치되다시피 한 현실도 개탄했다.

이 같은 문제점을 극복하고 법치주의를 재정립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사회지도층이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견해가 많았다. 강원대 최희수 교수는 “법을 만드는 집단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를 준수하고, 법을 해석·적용·집행하는 집단은 엄숙한 사명감으로 공정을 기할 때에만 법치주의는 확립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외대 이훈동 교수는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일수록 하찮은 위법행위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이 검·경이나 사법부를 특정한 정치적 목적 달성에 이용하려 해선 안 된다는 조언도 눈에 띈다. 동아대 허일태 교수는 “대통령이 헌법과 법치국가 원칙에 관한 철저한 이해를 전제로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는 말로 대통령의 권력남용 가능성을 경계했다. 부산대 차정인 교수도 “(권력자가) 사법부와 검찰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를 버려야 한다”고 충고했다.

기획취재팀=이우승·김태훈·우상규·유태영·김유나·서지희·이유진·박영준·서필웅·조성호 기자 society@segye.com

>> 설문조사 도와주신 분들

본지는 전국 대학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서 헌법이나 형법, 형사소송법을 강의하는 교수 50명을 설문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설문에 응한 교수(대학)는 다음과 같다.

〈가나다순〉

강동범(이화여대), 강태수(경희대), 고봉진(제주대), 권오걸(경북대), 김영철(건국대), 김웅규(충북대), 노동일(경희대), 노수환(성균관대), 류전철(전남대), 명재진(충남대), 문재완(한국외대), 민경식(중앙대), 민만기(성균관대), 민영성(부산대), 박상기(연세대), 박인수(영남대), 박흥식(충남대), 서보건(영남대), 서보학(경희대), 손동권(건국대), 송기춘(전북대), 신양균(〃), 심경수(충남대), 양종모(영남대), 오동석(아주대), 이승준(충북대), 이은모(한양대), 이정원(영남대), 이진국(아주대), 이창현(한국외대), 이헌환(아주대), 이훈동(한국외대), 장영수(고려대), 전광석(연세대), 정문식(한양대), 정주백(충남대), 정태호(경희대), 조기영(전북대), 조재현(동아대), 주호노(경희대), 차정인(부산대), 차진아(서울시립대), 최윤철(건국대), 최준혁(인하대), 최희수(강원대), 하태훈(고려대), 한상규(강원대), 허일태(동아대), 홍승희(원광대), 홍완식(건국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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