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도덕성에 치명타 '저축銀' 2위에
무분별한 사면권 행사도 도마에 올라
'그랜저 검사' 이어 '벤츠 검사' 파문도

2일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50명의 법학교수 중 무려 38명이 현 정부 들어 법치주의 위기를 가장 잘 보여준 사건으로 선관위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을 꼽았다.
이는 선거 당일 무소속 박원순 후보 지지층이 투표소를 찾지 못하게끔 훼방을 놓으려는 의도에서 비롯했다. 검찰은 박희태 국회의장 전 비서 김모(31)씨와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 전 비서 공모(28)씨를 주범으로 지목해 구속한 상태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선거는 국민의 뜻을 정치에 반영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그 때문에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는 민주화 진척을 가늠하는 척도로 여겨진다.
많은 교수들이 이번 디도스 공격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은 1987년 이후 우리 국민 사이에 정착한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에 대한 믿음을 송두리째 위협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저축은행 비리와 금융감독원 등 감독당국의 부정부패와 부실관리는 32표를 얻어 2위에 올랐다. 지난해 부산저축은행의 영업정지를 시작으로 토마토, 제일저축은행이 잇따라 무너졌다. 그 이면에는 금감원 간부들이 저축은행으로부터 ‘검은 돈’을 받으며 감시를 소홀히 한 구조적 부정부패가 자리 잡고 있었다. 특히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 이명박 대통령 측근까지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 현 정권은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었다.
이 대통령 취임 후 5차례에 걸친 특별사면으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등 많은 경제인·정치인이 ‘면죄부’를 받았다. 이 대통령이 곧 임기 중 6번째 특사를 단행할 예정인 가운데 재계에서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포함설이 나돌고 있다. 많은 교수들은 “대통령의 무분별한 사면권 행사가 법치주의 원칙을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2009년 초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시위’ 재판 개입 파문도 법치주의를 위협한 대표적 사례로 거론됐다. 이 사건은 그동안 우리 국민이 정치적 민주화와 동시에 달성한 것으로 알고 있었던 사법부 독립에 대한 믿음을 무너뜨렸다.
2010년 ‘스폰서 검사’, ‘그랜저 검사’ 파문에 이어 지난해에는 ‘벤츠 검사’ 사건이 발생해 검사의 부도덕성이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남의 부정과 비리를 파헤치고 법을 공정하게 집행해야 할 검사가 되레 부정을 저지르고 비리에 연루됐다는 점에서 법치주의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으로 평가된다. 많은 교수들은 검찰의 문제점으로 정치적 중립성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점과 청렴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었다.
2009년 용산 재개발 사업을 둘러싼 충돌과 화재사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로 이어진 ‘박연차 게이트’ 수사도 법치주의를 위협한 사건으로 지목됐다. 이 두 사건은 보는 시각에 따라 판단도 다르다. 진보 진영 교수들은 철거민에 대한 경찰의 강경진압과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강압수사가 법치주의 원칙을 훼손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보수 진영에서는 철거민이 벌인 과격한 시위, 노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의혹 자체가 법치주의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기획취재팀=이우승·김태훈·우상규·유태영·김유나·서지희·이유진·박영준·서필웅·조성호 기자 societ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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