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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소중한 것을 잃었을 때 어떻게 살 것인가”

입력 : 2011-12-16 06:59:26 수정 : 2011-12-16 06:5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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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국내 개봉 ‘래빗 홀’ 제작·주연 니콜 키드먼

연극 ‘래빗 홀’에 관한 기사 우연히 보고 그 순간에 전율
“내가 사는 내슈빌의 한 카페에서 연극 ‘래빗 홀’에 대한 뉴욕타임스의 기사를 우연히 읽었다. 그 순간 전율이 내 몸을 휘감았다. 제작 파트너 퍼 세리를 졸라 함께 연극을 봤다. 그 역시 ‘굉장하다’고 말했다. 우리는 연극 원작자 데이비드 린지와 바로 미팅을 가졌는데, 운이 좋게도 그는 직접 영화의 각색 작업을 해 달라는 우리의 요청을 수락했다. 난 극단적인 주제를 다루는 시나리오가 흥미롭다. 특히 사랑을 잃어버린 후 다시 사랑을 열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아이를 잃어버린 부부에 관한 이야기는 내가 다룰 수 있는 가장 극단적 형태의 사랑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금세기 최고 여배우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니콜 키드먼이 ‘래빗 홀’을 들고 팬들 곁을 찾았다. 그가 ‘래빗 홀’ 제작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각각의 방식으로 슬픔을 드러낸다. 연기할 때 당신의 경험을 녹여 넣었는가.

“그렇다. 나는 큰 상실감을 겪었던 적이 있다. 이혼이라는 것은 한 사람을 잃는 것과 같다. 이혼 절차는 생각보다 간단하지만 후유증은 꽤 길다. 나는 ‘래빗 홀’의 제작과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가졌고, 아이와 엄마의 감정적 끈이 얼마나 강한지 알기 때문에 베카 역에 몰입할 수 있었다.”

―제작 동기는.

“처음 연극을 봤을 때만 해도 나는 엄마가 아니었지만, 사실 오랫동안 아이를 갖기를 원했었다. 마침내 아이를 가졌고, 진통은 40시간이나 계속됐다. 내 딸은 긴 시간과 거듭되는 실패 끝에 얻은 소중한 산물이다. ‘래빗 홀’의 긴 제작 과정 중에 어느새 난 엄마가 된 것이다. 그래서 아이를 잃는다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상상할 수 있었고, 촬영이 두려웠던 적도 있다. 나는 베카의 고통을 알며, 그녀가 엄마, 동생과 관계를 맺으면서 상처를 주는 부분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래빗 홀’이 상실의 경험을 가진 이들을 위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아이를 잃은 엄마를 연기하기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게 있는가. 유사한 경험을 겪은 부모를 만났었나.

“치유 모임에 참석하려 했지만, 그쪽에서 곤란하다는 의사를 전해 왔다. 오직 아이를 잃은 경험이 있는 사람만이 그 모임에 참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 점을 존중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겪은 상실에 관한 기사들을 많이 읽었다. 태어난 지 열한 달밖에 되지 않은 딸이 곁에 있어서 정서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

―영화에는 유머들도 많다. 유머를 많이 끼워 넣은 것은 어떤 의미인가.

“영화에 유머를 삽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우리는 종종 몹시 고통스러운 순간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 나는 특히 가족 안에 그러한 유머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래빗 홀’은 서로 교감하려 하고, 함께 있으려 하고,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주려는 가족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런 노력을 기울일 때 의도치 않은 반응이 나오기도 하고, 상처를 주기도 하는데, 그 과정에서 분명 유머가 나오기도 한다. 존 캐머런 미첼이 바로 이 점을 잘 그려냈다고 생각한다.”

―제작자로서 존 캐머런 미첼 감독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의 전작 ‘헤드윅’은 훌륭하지만 ‘래빗 홀’과는 느낌이 크게 다르다.

“사람은 어떤 타입으로 규정당하기 쉬운데 난 배우로서 그것을 탈피하려고 노력해 왔다. 감독 또한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어렸을 때 동생을 잃은 상실의 아픔을 경험한 사람이다. ‘래빗 홀’이 말하는 감정들을 잘 알고 있었던 거다. 이뿐만 아니라 그는 매우 순수하고 오픈되어 있어서 함께 일하기 좋은 감독이다. 동시에 그는 배우이기 때문에 연기 지도도 가능했다. 무엇보다 그는 ‘래빗 홀’이 요구하는 절제된 연출을 해낼 감독이었다.”

―당신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감정적으로 어두운 역할들을 많이 한 것 같다. ‘디 아더스’, ‘데드 캄’ 등.

“배우라면 그런 역들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대 영화산업에서는 그런 역할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팝콘 무비들만 성행할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꾸밈 없는 사실적 연기를 좋아한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꾸밈 없는데 매력이 넘치는 그런 배역들이 좋다.”

―배우자 키스 어번과 매우 행복한 삶을 누리는 것 같다. 당신 삶에 대해 얘기해 달라.

“나는 가족을 사랑한다. 그들과 떨어지는 것이 두렵다. 키스와 나는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고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떨어져 봤자 고작 3일 정도다. 나의 20대는 매우 불안한 시기였다. 항상 호기심이 많았고,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성취하길 원했다. 여전히 호기심이 많지만, 지금의 내 삶은 불안보다는 평화가 가득 차 있다. 엄마로서, 배우로서 인내심도 늘어났다.”

―전 남편 톰 크루즈의 아이들을 키우던 20대와는 어떻게 다른가.

“나는 20대에 두 아이들을 키웠다. 그땐 정신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너무 어렸다. 지금과는 너무 다른 엄마였다.”

―당신은 지성과 미모 중 어느 것으로 기억에 남길 바라는가.

“물론 지성이다. 대중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좋은 연기를 한 배우로 남고 싶다.”

―‘래빗 홀’이 어떤 영화인지 소개한다면.

“6살 아이를 잃은 부모의 여덟달 후 이야기다. ‘당신이 만약 삶의 소중한 것을 빼앗겨 살아갈 의지가 없어진다면 어떻게 살겠는가?’를 묻는다. 가족과 상실을 극복하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궁극적으로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등장인물들의 예민한 대화 속에서 그들의 고통을 발견할 수 있는데 난 이 점을 좋아한다. 그들의 모습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아 보이지만, 결국 그들은 미래에 밝게 빛날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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