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 내년 성미산 자락에 ‘둥지’ “우리처럼 살지 말아라.”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한푼 두푼 모은 쌈짓돈을 건네며 그렇게 말했다.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이 위안부 할머니들과 후손들의 조그만 보탬을 모아 모습을 드러낼 준비를 하고 있다.
2004년 박물관을 짓는 데 필요한 기금 모금이 시작된 뒤부터 어린 학생, 수녀, 대학생, 직장인들이 틈틈이 모은 돈을 보내왔다. 퇴직금의 절반을 건립기금으로 건넨 일본인 교사도 있었다.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4000여명의 도움으로 17억여원이 모였다. 정부의 재정 지원은 단 한푼도 없었다.
이제 그 결실이 내년 3월8일 서울 마포구 상산동 성미산 자락의 아담한 2층 벽돌집에 맺어진다. 박물관에는 메인 전시실, 기획전시실, 자료실, 추모공간이 만들어지고 할머니들의 사진, 자료, 증언이 보존된다.
박물관이 세워지기 전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원래는 서대문 독립공원 내에 건립하려고 했으나 일부 독립유공단체가 “공원 성격과 맞지 않는다”고 반대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새로 박물관 자리를 마련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박물관 건립에 2억원가량이 모자라 박재동 화백 등 유명인사들이 오는 10일부터 종로구 효자동 ‘갤러리 아트가’에서 전시회를 열기로 했다. 전시회 수익은 박물관 건립 비용으로 사용된다.
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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