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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문화기행] ⑦ 살고 싶은 곳, 살기 좋은 곳 바르셀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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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12-07 17:21:14 수정 : 2011-12-07 17: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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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현실주의 화가 미로의 작품 마음 빼앗겨
‘미완의 명작’ 신성가족성당 아직도 공사중
자연과 예술, 과거와 현재 완벽하게 공존
그라나다에서 바르셀로나까지는 무려 열두 시간이 넘게 걸리는, 정확하게 말하면 서울과 부산의 두 배가 넘는 거리다. 승합차를 몰고 그 긴 시간을 운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스페인의 고속도로는 갓길이 없어 쉴 수도 없는 상황이니 말이다. 우리나라라면 30킬로미터면 휴게소가 있어 쉴 수가 있지만, 여긴 상황이 그렇지 않다. 적어도 100킬로미터는 가야 겨우 휴게소가 보인다. 휴게소에 호텔이 있는 것도 다 이유가 있었다. 그나마 도로를 질주하는 차량이 많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아직도 공사 중인 가우디의 신성가족성당. 300년 뒤에 완성된다고 하는데 우리의 후손들에게 지금보다 더한 감동을 줄 것이다.
스페인의 고속도로는 몇몇 구간만 요금을 받고 대부분은 요금을 받지 않는다. 가드레일도 중간중간 끊어져 있어 편안함을 더해 준다. 발렌시아를 지날 때는 지중해의 바다가 지루한 풍경을 달래준다. 

바르셀로나에 가까워지니 길가의 소나무가 마치 우리네 뒷동산 풍경이다. 서울에서 동부간선도로를 타고 가다 보면 멀리 도봉산과 북한산이 느긋하게 굽어보고 있는데, 바르셀로나의 초입에도 비슷한 산 능선이 펼쳐져 있다. 문득 동부간선도로를 타고 가는 기분이다.

바르셀로나에는 도시라고는 하지만 삐죽 솟아있는 대형건물은 보이지 않고, 고도제한을 해서 그런지 야트막한 건물들이 아름답게 자리하고 있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의 고향이라 그런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가우디의 건축물이 여섯 개나 되니 위대한 건축가라 아니할 수 없다. 공기도 맑고 그에 걸맞게 건축물들도 아름다우니 이곳에 오래도록 살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마치 고향 마을에 온 느낌이다.

앞으로 300년은 더 지어야 완공이 된다는 가우디의 평생의 역작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겉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럽다. 하염없이 늘어선 입장객의 줄은 짧아질 줄을 모른다. 무릇 건축가라면 한 번쯤 와서 봐야 할 건축물이다. 성당 외벽에 조각된 인물상들은 피카소나 마티스의 영향을 받은 듯 입체적이고 각이 정교하다. 

미로가 설계한 백화점의 내부. 계단이니 상점들이 밝은 디자인을 보여주려는 듯 화려하다.
수도자처럼 평생 독신으로 살았던 가우디는 전차에 치인 지 3일 만에 74세를 일기로 삶을 마감했다. 너무 초라한 행색 탓에 아무도 이 거장을 알아보지 못해 너무 늦게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40여년간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건축 작업에만 몰두한 그의 면모를 엿보게 해준다. 가우디는 자신의 분신 같은 성당 지하에 묻혔다. 가우디는 우아하고 기괴한 곡선과 다양한 자연의 이미지를 건축에 적용했다. 이슬람 건축양식마저도 흡수했다. 결과적으로 천편일률적인 고딕양식의 건축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셈이다. 

가우디는 벽과 천장의 곡선미를 살리고 섬세한 장식과 색채를 사용하는 건축가였다. 특별히 색감을 중시했다. 화가 후안 미로와 맞닿는 지점이다. 그는 생전에 “건축은 색깔을 거부해서는 안 되며, 오히려 형태와 부피를 살아있는 것으로 만들기 위해 색깔을 사용해야 한다. 색깔은 형태를 보완해주는 동시에 가장 분명하게 생명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단순히 화려함보다는 자연의 색감을 즐겼다.

일본 여성이 운영하는 성당 기념품 가게의 예쁘고 앙증맞은 상품들은 날개 달린 듯 팔려나간다. 피카소 미술관에서도 마찬가지였으나 세상에 가우디와 피카소가 스페인을 먹여 살린다는 말을 또 실감한다.

그라나다에서도 피카소 미술관을 봤지만 바르셀로나의 피카소 미술관은 그 규모가 몇 배는 될 것 같았다. 피카소의 어렸을 적 그림과 청춘기 녹색시대의 그림도 있다. 그가 소장한 여러점의 반고흐 그림, 특히 그 유명한 반고흐의 자화상도 볼 수 있다.

달리, 미로, 마티스 미술관이 있다는데, 시간은 그 모두를 볼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없었다. 한 작가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일은 일찍 마드리드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일행은 미로를 선택했다. 밝은 색채와 아름다운 조각들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디자인에 가깝다고 할 정도로 예쁜 그림들은 우리네 아파트 문화에 딱 맞겠다 싶었다. 

미로미술관 앞에 설치된 미로의 나비작품. 미술관을 둘러보지 않아도 디자인이 얼마나 현대적이며 산뜻한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조각도 마찬가지다. 미술관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몰려온 관람객들로 늘 붐빈다. 미술관 아트상품들도 주머니를 열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디자인이 마음을 빼앗는다. 우리의 미술관 아트상품에 비하면 종류도 많고 디자인도 다양하다.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과 걸맞다고 해야 할까. 미로가 디자인한 쇼핑센터도 보았다. 현대적이며 아름다워 그곳에서 물건을 사면 괜히 기분이 좋을 듯한 그런 건물이다.

몬주익 성당은 그 어떤 수식어를 갖다 붙여도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성당이다. 깨끗하고 단아하면서 엄숙한 느낌이다.
한 블록을 왔을까. 몬주익 성당이 위용을 자랑한다. 성채 같은 분위기로 구경하는 사람들을 압도한다. 바르셀로나는 깨끗한 거리, 아랍과 유럽의 문화가 어우러져 독특한 향취가 나는 도시다. 맑은 하늘, 깨끗한 공기가 얼마나 상쾌한지. 거기다 숲을 잘 가꾸어 쾌적함을 배가시킨다. 다른 어떤 도시에서도 못 느끼는 과거와 현재가 잘 어울리는, 아니 잘 공존하는 모습은 스페인이라는 정열적인 나라에 걸맞다고 해야 할까. 어쩌면 정열 이면에는 차분함과 온화함이 숨겨져 있는 것 같았다. 이런 도시에서 오래 살다보면 삶은 분명 윤택해 질 것이다. 사람들의 표정에서 여유와 행복감이 느껴지는 이유도 그러한 데 있을 것이다. 비좁지 않고, 쾌활하며 여유가 물씬 묻어나는 도시, 그것은 유럽챔피언십 우승을 한 축구의 명가 바르셀로나팀을 상징하는 것보다 바르셀로나란 도시를 말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글·사진=정해광(아프리카미술관 관장), 박재현(경남과학기술대학 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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