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그우먼 조혜련이 일본 관련 논란에 또다시 휘말리며 결국 일본활동 영구중단을 선언했다.
조혜련은 ‘독도는 우리땅’ 멜로디를 일본어 교육용으로 개사한 ‘히라가나송’ 동영상이 거센 비난에 직면하자 23일 “신중하게 검토하고 판단했어야 했지만 생각이 짧았다”며 공식 사과했다. 또 동영상 전면 폐기 결정과 함께 “일본 활동을 접겠다”고 밝혔다.
앞서 조혜련은 지난 2007년 일본의 한 방송에서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인 기미가요가 나오자 박수를 쳐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일본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던 조혜련에게 이번 결정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조혜련이 거듭된 일본 논란에 ‘일본활동 영구중단’이라는 강수를 뒀음에도 여론은 우호적으로 돌아서고 있지 않다. 오히려 “일본이 아닌 한국활동을 그만둬야 한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다수 네티즌들은 조혜련의 역사적 몰이해를 지적한다. ‘독도는 우리땅’은 일본이 분쟁을 일으킬 목적으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상징적인 노래다. 독도 수호의 의미가 담긴 ‘독도는 우리땅’은 민감한 한일관계에서 단순한 노래를 뛰어넘어 애국심이 발현된 곡이다. 이에 ‘독도는 우리땅’을 일본어를 가르치는 수단으로 이용한 것에 대해 국민적 분노는 커질 수밖에 없었던 것.
‘기미가요’ 논란 또한 역사적 배경 부족에서 비롯됐다. 조혜련은 지난해 MBC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관련 논란에 대해 “기미가요라는 것을 몰랐다. 자신의 무지로 발생한 일로 알면서 그랬다면 한국방송을 그만둬야 했다”고 사과의 말을 전한 바 있다.
이밖에도 조혜련은 일본 활동 중 "한국 남자들은 여자를 때린다" "한국에선 재벌에 시집가기 위해 아나운서가 된다" 등의 발언으로 한국인 비하논란에 휘말린 전력이 있다.
조혜련은 적지 않은 나이, 하루 8시간 이상 일본어 공부에 매진하며 피나는 노력 끝에 일본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오해를 부를만한 일련의 논란이 반복되자 한국인의 자존심마저 버려가며 성공을 쫓는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조혜련은 일본 활동에 매진하느라 국민적 정서를 고려하지 않는 경솔함으로 화를 자초했다. 애초 ‘독도는 우리땅’ 개사는 보다 친숙하게 일본어를 배우도록 한다는 좋은 취지에서 출발했지만 취지에 적합하지 않은 수단으로 구설에 올랐다. 반복된 논란으로 쌓여왔던 조혜련에 대한 실망감은 이번 논란으로 폭발하기에 이른다.
일본에서 성공한 한류 코미디언으로 꼽히는 조혜련이지만 그녀의 몸 속에는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 이번 사안을 바라보는 일본인들도 그녀가 한국인인 만큼 그녀의 편이 아니다 .
조혜련의 일본활동 영구중단 기사는 TBS, 후지TV 등 일본 매체에서 톱뉴스로 다룰 만큼 관심을 보였다. 이번 보도를 대하는 일본 네티즌들의 냉소적인 반응이 대부분이다. ‘“일본을 떠나라” “일본에서 한국 연예인 한 명 줄어서 좋다”고 거부감을 드러내는가하면 “일본이라면 무조건 민감한 한국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있다.
최근 K팝, 드라마의 인기로 확산된 한류의 반대급부로 ‘혐한류’ 기류도 심상치 않게 형성되고 있다. 후지TV ‘나와 스타의 99일’로 일본에 진출한 김태희는 2005년 독도사랑 캠페인을 벌인 것을 문제 삼으며 일본 내 우익단체가 벌인 ‘퇴출 시위’로 곤욕을 치렀다. 이밖에도 걸그룹 소녀시대, 카라를 폄하하는 일본만화가 등장해 일본 내 형성된 ‘혐한류’를 보여준 바 있다.
한류열풍을 타고 일본에 진출하는 연예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문화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으나 아직 양국 간 앙금과 미묘한 감정의 골이 남아있다. 국민정서를 고려하지 않은 일본 활동은 결국 논란을 키울 뿐이다. 각국 문화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신중한 접근은 필수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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