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시민모임이 세계 18개국 주요도시의 국제물가를 조사한 결과 칠레산 와인이 한국에서 가장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이 소식을 접한 와인애호가들은 속이 무척 상할 것이다. 높은 주세와 복잡한 유통 마진때문에서 같은 와인이라도 다른 나라보다 두배 가까이 비싸게 사 먹어야 하는 현실에 분통이 터질 것이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뛰어난 품질을 겸비한 와인들이 꽤 있다. 그것도 고급 와인 생산지로 알려진 와인의 본고장 프랑스 보르도 와인에서 말이다.
특히 보르도와인협회(CIVB)는 매년 국내 유통 중인 5만5000원 미만의 보르도 와인을 모아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거쳐 한국인 입맛에 잘 맞고 합리적인 가격의 ‘보르도 셀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부담없이 와인을 즐기려는 실속파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모임이 많아지는 연말, 진수성찬이 아니더라도 보르도 와인만 살짝 곁들인다면 맛도, 풍미도, 분위기도 배가 될 것이다. 보르도와인협회(CIVB)가 와인애호가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추천한 와인을 살펴보자.

◆ 1만원대 = 보리바쥬 2008은 치즈와 환상 궁합
요즘은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의 와인 코너 등에서 1만원 대의 가격대에서도 고품질의 프랑스 와인을 흔히 접할 수 있다. 특히 전통적으로 레드 와인의 대표 품종인 꺄베르네 쏘비뇽, 메를로, 꺄베르네 프랑 등의 포도 품종을 블랜딩해 ‘유니크(Unique)’한 매력을 자랑하는 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와인이라면 가격 대비 후회 없는 선택을 보장한다.
보리바쥬 2008(Beau Rivage 2008, ㈜선보주류교역, 1만8500원)은 오크통 속에서 숙성된 온화하고 은은한 바닐라 향의 풍미가 매력적인 와인이다. 부드럽게 숙성된 느낌과 감미롭고 부드러운 탄닌, 풍부한 향이 잘 조화된 와인이라 와인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보르도 와인의 매력을 오롯이 느낄 수 있게 한다. 프랑스 보르도 와인을 즐길 때에 까멍베르나 브리와 같은 부드러운 연성치즈와 곁들여 먹는다면 영양학적으로나 미각적인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자아내 찰떡 궁합이다.

◆ 2만원대 = 어떤 요리에도 잘 어울리는 만능 와인, 샤또 가롱 라 튜울리에 2008
2만원대 와인으로는 보르도 와인이 주는 블랜딩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샤또 가롱 라 튜울리에 2008(Chateau Garon La Tuilière 2008, 비앤비와인, 2만9000원)을 추천한다. 뛰어난 색상과 부드러움, 과일향이 돋보이는 인기 품종인 메를로(50%)를 기본으로 꺄베르네 쏘비뇽(30%), 꺄베르네 프랑(20%)이 두루 블랜딩돼 복합적인 매력을 뽐낸다.
어두운 루비색과 신선하고 농축된 과일향, 풍부하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인데다 붉은 색 혹은 흰색 고기, 샐러드 등 다양한 요리에 자유자재로 잘 어우러지며 가격도 합리적이어서 언제 어느 자리에서나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다.

◆ 3만원대 = 라로즈 몽따냑 메독 2007 제철음식, 양념 요리에는 메독 와인 매칭
가을 버섯을 활용한 요리처럼 향이 풍부한 제철 음식이나 갈비처럼 각종 양념이 들어간 요리에는 메독(Medoc) AOC 와인을 선택해보자. 굵은 자갈밭의 기운을 받아 복합적이며 기품있고 파워풀한 메독 와인은 세계 와인 애호가들로부터 널리 사랑받고 있으며, 골격이 탄탄하고 풍만하며 황홀한 부케가 기분 좋게 만들어 준다.
라로즈 몽따냑 메독 2007(Larose-Montenac Medoc 2007, 길진인터내셔날, 3만5000원)은 탄탄한 와인의 구조감과 과일향, 오크향의 조화가 두드러지며 육류 요리나 각종 양념 요리에 잘 매칭된다.

◆ 4만원대 = 각종 육류 요리를 즐길 땐, 무똥 까데 레드 2008
무똥 까데 레드(Mouton Cadet Red 2008, 대유와인, 4만원)는 조화와 섬세, 균형으로 대변되는 보르도(Bordeaux) AOC 와인의 개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보르도에서 가장 큰 아뺄라씨옹인 보르도 AOC의 레드 와인은 유연하고 과일향이 풍부한 미디엄 풀바디이며, 붉은 과일과 제비꽃의 향미를 지녀 대개 각종 육류나 치즈 등과 곁들이면 좋다.
특히 육류 요리를 즐길 때에는 무똥 까데의 야생 딸기류 향기와 스모크향, 우아한 탄닌과 상쾌함이 고기와 잘 어우러져 식감을 더욱 좋게 만들어주고 긴 여운을 만들어 낸다. 하프 바틀(375ml) 사이즈로도 나와 있어 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도 양질의 와인이 주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 5만원대 = 샤또 노블 메이노 2007은 오리, 닭 등 가금류 요리와 함께
오리, 닭 등 가금류 요리를 즐길 때에는 보르도 쒸뻬리외르(Bordeaux Superieur) AOC를 주목해보자. 보르도 쒸뻬리외르 AOC의 와인은 복합적이고 폭넓은 향미를 표현하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좋아지는 장기보관 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보관하고 두고두고 마시기에도 적합하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이라 할지라도 부담없이 시도하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다.
샤또 노블 메이노 2007(Chateau Noble Meynard 2007, 금양인터내셔날, 5만원)은 짙은 심홍색의 빛깔이 매혹적이며, 나무향과 바닐라향, 강렬한 끝맛이 특징인 풀바디 와인으로 가금류 등 대부분의 육류와 잘 어울린다.
보르도 와인협회(CIVB) 관계자는 “한국에서도 가정에서 식사하면서, 또 옹기종기 디저트 타임을 가질 때 와인 한잔씩 곁들이는 것이 보편화되고 있다”며 “최고급 와인 산지로 잘 알려진 보르도 와인은 예상 외로 적절한 가격을 자랑하는 합리적인 와인과 한국 음식과 잘 어우러지는 와인들이 많기 때문에 부담없는 선택으로 보르도 와인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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