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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철의 영화음악 이야기] ‘제8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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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10-21 05:50:36 수정 : 2011-10-21 05:5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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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자연의 이미지와 마음의 동요 담아 ‘토토의 천국’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자코 반 도마엘의 두 번째 작품 ‘제8요일(Le Huitieme Jour)’은 국내 개봉 당시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다운증후군 청년과 가정붕괴 직전 상황에 놓인 워커홀릭이 엉뚱한 계기로 길동무가 되는 과정을 그려내면서 인생과 행복에 대해 감독은 다시금 어렵지 않게 질문한다.

‘토토의 천국’에서도 주인공의 동생으로 출연했던 실제 다운증후군 환자 파스칼 뒤켄은 일반 배우들을 넘어서는 연기를 소화해냈으며, 성공한 세일즈 강사 해리 역으로는 연기파 배우 다니엘 오테유가 서서히 미소를 찾아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표현해냈다. 신체적 제약을 가진 조지와 세일즈를 위한 정신적 제약 속에 삶을 이어가는 해리는 이 각자의 ‘제약’ 안에서 서로 공통분모를 발견하는데, 호연을 통해 이 두 남자들은 칸에서 이례적으로 영화 한편으로 공동 남우주연상을 받게 된다.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요양원을 뛰쳐나온 다운증 청년 조지의 개를 일중독자 해리가 치게 되면서 이들의 동행이 시작된다. 조지가 찾아나선 어머니는 이미 세상을 뜬 지 오래고, 조지의 누이는 그를 애물단지로 취급한다. 결국 해리는 일손을 놓고 조지와 함께 여정을 이어나간다.

아름다운 자연의 이미지와 마음의 동요를 감독의 친형 피에르 반 도마엘이 상냥한 음악으로써 그려냈다. 깨끗한 피아노소리와 감정과잉을 배제한 깔끔한 현악기의 배치로 이루어져 있는 이 곡들은 편안하게 감상 가능했다. 환상 속 장면에 흐르는 장대한 코러스의 ‘몽골’ 같은 트랙도 기묘한 재미를 준다. 영화의 감흥을 일깨워주는 한편 조지의 심성처럼 순수하게 다가오는 음악들이었다.

조지의 환상에 주로 등장하는 1970년 무렵 타계한 스페인의 테너 루이스 마리아노의 곡 때문에 국내에서도 당시 높은 판매고를 거뒀다. 특히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감미로운 곡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어머니’는 국내 CF에도 삽입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루이스 마리아노의 경우 몇 곡을 더 추가하고 있는데, 냇킹 콜의 버전으로 유명한 ‘키사스, 키사스, 키사스’, 그리고 ‘사랑은 제비꽃 한 다발’ 같은 노래들 또한 감상할 수 있겠다. 영화에 삽입된 제니시스의 곡 ‘지저스 히 노우즈 미’는 수록되지 않았다.

인간미를 잃어버리기 십상인 능력 위주의 사회 뒤편에 놓인 장애인 조지가 오히려 일반인들을 감화시키지만 모두가 행복해지지는 않는 결말이었다. 파탄 직전의 가정을 행복하게 만들어준 후 조지가 세상을 등지는 대목은 장애인과 일반인이 공생할 수 없다는 의미처럼 비칠 가능성 때문에 일부 비난의 표적이 됐다. 영화 한편을 통해 일반인과 장애인 사이의 울타리가 없어질 리 만무하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그 울타리 저변에 존재하는 우리를 강렬하게 인식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현실적으로 이야기를 종결지으면서 유럽영화 특유의 문학적인 여운을 줬다.

영화 ‘제8요일’의 제목은 창세기에서 신이 7일간 세상을 창조하고 뭔가가 부족하다 싶어 8일째에 조지를 만들었다는 일종의 말장난에서 비롯됐다. 각별한 애정과 관심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장애인들이기에 신은 확실히 그들에게 막중한 역할을 맡겼을지도 모른다. 행복을 잃은 인간에 대한 신의 애프터서비스인 셈이다. 그나저나 행복은 추구하는 것일까, 아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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