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 이한/107분/12세관람가/10월20일/한국**
“얌마 도완득!” 하고 외치는 동주 선생의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완득이’가 오는 10월20일 개봉되는 가운데 각종 시사회를 통해 좋은 입소문이 들려와 흥행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 마디로 ‘완득이’는 ‘착한 영화’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고등학생 반항아 완득이(유아인 분)와 그를 아주 가까운(?) 곳에서 보살피는 선생 이동주(김윤석)의 이야기를 그린다.
말이 ‘멘토링’이지 사실 선생이 학생에게 하는 일은 별로 없다. 툭하면 보급품인 햇반을 빼앗아 먹는가 하면, 완득이 입장에서는 치부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일들을 아무 거리낌 없이 다른 사람들 앞에서 들춰낸다.
그 때문에 완득이는 매일 동네교회에서 ‘똥주’(동주의 별명) 좀 죽게 해달라고 노골적인 기도를 늘어놓는다.
착한 영화 ‘완득이’는 시도 때도 없이 웃음 코드를 날리며 관객들이 지루하지 않게 극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 결코 억지웃음이 아니라 배우들의 능숙한 연기로부터 나오는 자연스러운 웃음이다.
흔한 사건사고도 이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영화들이 클라이맥스로 가기 위해 주인공들을 불행에 빠트리고는 하는데 ‘완득이’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영화를 보면서도 ‘이래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오히려 과하지 않아 좋다. 감독 역시 극중 완득이가 킥복싱 선수로 성공하는 스토리도 구상해봤지만 이내 과하다는 판단에 삭제했다고 말하기도.
큰 사건이나 에피소드 없이 영화 내용은 잔잔하게 흘러가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이 진솔하게 살아가는 모습은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완득이가 17년간 존재도 모르고 살았던 어머니가 알고 보니 ‘필리핀인’이었다는 설정은 영화의 큰 줄기다. 자신이 혼혈아였으며 나약한 어머니 역시 가난하고 힘들게 살고 있었다는 것은 깨닫게 된 완득이는 가출 충동을 느낀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자신의 가출에 관심조차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포기하는 순간, 동주 선생이 시끄럽게 문을 두들긴다.
영화는 “나는 선생, 너는 학생” 구분 짓지 않고 가까운 곳에서 완득이를 이끌어주는 동주선생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멘토링의 의미에 대해 곱씹게 만든다.
동주선생은 아무 일도 안 하는 듯 보이지만 완득이가 아버지, 어머니와 단란한 가정을 다시 이루고, 꿈을 향해 달려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결정적인 인물이다. 진정한 교육은 결코 교단 위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잔인하고 끔찍한 영화가 판치는 세상에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착한 영화가 바로 ‘완득이’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WE+]는 Weekend와 Entertainment의 합성으로, 세계닷컴이 만든 '주말 웹진'입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