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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비 건립은 평화사회 건설, 국경·민족 초월한 시민들 결속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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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비 건립위원회 위원장… 안자이 日리쓰메이칸大 석좌교수 최근 일본 보수 정치인들의 몰지각한 망동은 전국민적인 공분을 사고 있다. 독도마저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일본 보수 우익세력의 사고방식은 과거 한반도를 병탄했던 침략주의적 사고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한다. 평화와 화해를 추구하는 일본 내 양심 인사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안자이 이쿠로(安濟育郞·71) 리쓰메이칸대학 종신 석좌교수가 10일 세계일보와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런 행태를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현재 ‘윤동주시비건립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의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안자이 교수는 윤동주의 고종사촌형으로서 일본에서 독립운동을 벌이다 체포돼 비명에 간 송몽규의 교토지방재판소 판결문 전문을 입수해 공개하고 그 경위도 밝혔다. 당시 교토제국대학 역사학과에 입학한 송몽규는 한때 상해 김구 산하에서 독립운동에 나섰다가 한계를 느껴 일본으로 건너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마술전문가이기도 한 안자이 이쿠로 교수는 가끔 포커를 내보이며 상황을 설명하곤 한다. 그는 과거를 분명히 기억하고 반성해야 한일간의 진정한 미래를 열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윤동주시비건립위원회가 한국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잘 알다시피 윤동주는 좀 더 나은 문학을 공부하기 위해 유학 왔다가 조국의 앞날에 대해 이야기했다는 이유로 일본 고등경찰에 치안유지법 위반 혐의로 체포되었고, 27세 되던 1945년 3월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원인 모를 이유(생체실험 끝에 살해됐다는 주장이 많음)로 죽었다. 고종사촌형인 송몽규도 함께 옥사했다. 조국을 그리워하고 걱정했다는 이유만으로 문학도의 꿈은 산산조각 난 채 죽었다. 이들을 기리고 기억하며 화해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2005년 윤동주시비건립위를 만들었다. 교토의 도시샤(同志社)대학에 유학 중이던 윤동주가 교우들과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은 곳이 바로 내 집 근처인 교토 우지강(宇治江) 아마가세 구름다리 위다. 윤동주의 ‘서시’를 읽으면서 그의 비참한 최후를 생각하면 참으로 마음이 아프다. 그 구름다리 부근에 윤동주의 시비를 세워 미래 한·일관계를 여는 평화의 상징으로 기리자고 제안했다. 당초 1만명 서명을 목표로 했지만 1만3000명 넘게 서명했다. 우리는 매년 ‘윤동주를 기리며 그의 기억을 현재에 잇는 모임’을 계속하고 있다. 2일에는 교토의 리쓰메이칸대학 평화박물관에서 16회 모임을 가졌다. 윤동주가 옥사한 2월과 그가 우지강을 방문한 5월, 그가 태어난 12월 등 연 3회 추모·연구모임을 갖는다. 윤동주시비 건립은 평화사회 건설과 국경·민족을 초월한 시민 결속의 선언이다. 시비는 전쟁이나 폭력을 용서하지 않는 평화의 상징으로 만들 것이다.”

―일본이 보수적인 분위기로 바뀌는 상황에서 자국의 과거사를 추적한다는 것은 쉽지 않을 텐데.

“전쟁은 국가 권익, 애국이라는 미명으로 국민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그 결과 수천만명이 억울하게 희생당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호전적인 정치인이나 군부의 억압, 국가 폭력, 특권층의 전쟁욕이 그 배경이 되었지만, 한편으로 다수의 국민이 대항하지 못하고 무책임하게 시키는 대로 속아서 전쟁을 용인하고 불행한 역사를 자초한 사실도 자성해야 한다. (일본은) 서양 제국주의의 흐름에 휩쓸리면서 식민지 지배 정책에 전력을 다하게 됐고, 수많은 자국과 타국 사람들이 희생됐다. 그 아픔이 대물림되어 불행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과거를 분명히 기억하고 과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화해의 지름길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네덜란드 헤이그의 이준 선생 기념관에서 일본인으로선 처음 평화를 위한 강연을 했다. 자국의 이익만을 노린 이기적인 전쟁의 상처가 100년이 넘어도 쉬 해결할 수 없는 외교문제가 되고 있음은 한일 근대사를 통해 익히 알 수 있지 않은가. ‘함께 어울려 사는 세상’을 추구하고 알리는 것이 과학자로서 배워 온 사회적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일본 교토지방검찰청이 영구보존(기록번호 19)하고 있는 송몽규에 대한 재판 판결문 표지 사진.
―이번에 재판 판결문을 공개한 송몽규를 어떻게 보는가.

“송몽규는 1917년 9월 28일 간도 연길에서 교사인 부친 송창희와 윤신영(윤동주 아버지 윤영석의 누이동생) 사이에서 태어났다. 3개월 뒤 윤동주가 출생했으니 3개월 차이다. 부친의 영향으로 중학교 재학 중에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고 백범 김구 산하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러나 막무가내식 항일운동과 임정 내부의 소모적인 갈등으로 독립운동의 한계를 느낀 나머지 조선인은 배워야 한다고 재판과정에서 역설했을 정도로 혜안이 뛰어난 청년이었다. 1938년 연희전문 문과에 윤동주와 함께 입학하여 문학 잡지를 발행하기도 했다. 졸업 이후 일본 학생도 쉽지 않은 교토제국대학에 1942년 입학한다. 교토에 유학하면서 조국을 진정으로 걱정하는 모임을 자주 가졌으나 일본 고등경찰에 낙인찍히게 된다. 1943년 7월 체포되고 교토지방재판소에서 징역 2년형을 받았다. 결국 1945년 3월 7일 27세의 나이로 이국땅에서 죽임을 당했다.”

―재판 기록 공개과정을 간단히 소개한다면.

“윤동주시비건립위 결성 이후 윤동주가 교토 시절 쓴 작품과 이와 관련된 자료를 더 찾을 필요가 있었다. 위원회의 곤다니 노부코 사무국장의 집념과 위원들의 협력 속에 윤동주 판결문을 교토지검에 요구해 지난해 7월 학술적 이용을 조건으로 받아 공개할 수 있었다. 같은 시기에 체포된 송몽규의 재판 판결문도 교토지검에 요구해 이번에 공개하게 됐다. 곤다니 사무국장과 교토대학의 미즈노 나오키 교수, 도쿄가쿠게이대학의 이수경 교수, 가토 히데노리(加藤英範) 변호사, 하사바 기요시(波佐場淸) 전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 등이 공동 요청해 결실을 보게 됐다.”

―송몽규의 재판 판결문 내용과 의미는.

“송몽규의 경찰 취조기록은 폐기됐다. 그러나 송몽규(지검 기록번호 19번)나 윤동주(지검 기록번호 15번) 등의 판결문은 관례대로 영구 보존된다. 송몽규는 재판과정에서 언어문화를 말살하는 일본 식민지 정책을 지적하고, 기존 독립운동의 한계를 자성하기도 했다. 또한 일본의 차별적 대우와 조선 징병제도의 현실을 설명하고, 조선이 징병제도를 역으로 활용하여 국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이 머지않아 태평양전쟁에서 패전할 것이므로 그 시기에 대비해 조선을 이끌 훌륭한 지도자를 양성해야 한다는 이론 전개가 특히 돋보인 똑똑한 청년이었다. 조선은 징병제도를 활용해 현대식 무기 지식을 깨친 뒤 일본이 패전하면 한꺼번에 독립을 이끌어야 한다는 전략적 방법론과 독립 후 조선을 이끌 지도자 양성론도 설명했다. 이토록 자신의 나라와 민족을 생각했다는 이유만으로 체포되었던 시대를 생각하면서, 우리는 정상적이지 못한 역사의 공간에서 불행한 삶을 살았던 당시 희생자들을 기억해야 한다.”

―양심적인 시민단체 활동에 어려움이 적지 않을 텐데.

“전쟁은 어린 생명을 포함해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가장 잔인한 폭력행위다. 송몽규처럼 꿈을 가진 청년들이 꿈을 이룰 수 있는 평화사회, 밝은 미래를 남겨주는 게 우리의 책임이다. 그 어떤 폭력과도 타협해선 안 된다. 일본에서 재야의 양심적인 시민이 많고, (어려워도) 오히려 그런 분들의 성원이 계속 늘고 있어 견딜 만하다.”

―향후 활동 계획은.

“윤동주시비건립위는 어느 특정 국가나 민족만을 위한 게 아니다. 모든 사람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우지(宇治), 교토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앞으로 윤동주와 송몽규를 계기로 국경을 초월한 문화기획 행사를 전개할 것이다. 한국에서도 송몽규나 윤동주를 기억하고 한일 화해를 위해 시민들이 정치를 넘어선 협력을 해야 한다.”

윤동주시비건립위원회 회장을 맡고 있는 안자이 교수는 도쿄대학 공대 출신 공학박사로, 현재 리쓰메이칸대학 평화박물관 명예관장과 종신 석좌교수로 재임 중이다. 국내외 평화 강연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으며 그 공로를 인정받아 최근 2∼3년 동안 노벨평화상 후보로도 추천된 것으로 알려졌다. NHK 특집 ‘속는 마음 속이는 마음’과 니혼TV ‘세계에서 가장 받고 싶은 수업’ 등에 출연하는 인기인이기도 하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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