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개 총신 묶어 발사 특징…‘터미네이터’ 영화에도 등장

‘변형 터미네이터’(일명 액체금속인간)라는 사상 최고의 특수효과를 선보인 ‘터미네이터2: 심판의 날’(1991년)이라는 영화가 있다. 이제는 추억의 영화가 된 ‘터미네이터’ 시리즈 가운데 하나다. 주연을 맡은 아널드 슈워제네거(사진 아래)는 영화 속 컴퓨터 회사인 사이버다인 코퍼레이션 건물에서 경찰 차량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한다. 이때 사용한 총이 ‘M134 미니건’의 시조 격인 ‘개틀링 건’(Gatling gun·사진 위)이다. 참고로 영화에 등장한 미니건은 반동 때문에 사람이 들고 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M134 미니건은 7.62㎜ 탄환을 사용하고 분당 4000∼6000발을 쏠 수 있는데 무게가 18㎏에 달한다.
지난주 소개한 ‘맥심’ 기관총이 세계 최초의 자동 기관총이라면 개틀링 건은 이에 한발 앞선 세계 최초의 수동 기관총이다. 이 총은 미국 남북전쟁 당시인 1862년 리처드 J 개틀링(1818∼1903)이 발명했다.
본래 의사였던 개틀링은 1861년 남북전쟁이 시작됐을 때 고향인 인디애나주를 지나가는 많은 부상자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는 소수가 다수의 병력을 상대할 수 있는 무기 개발을 고민한 끝에 발사 속도를 높인 새로운 총을 발명했다. 전쟁 억제 무기로 개발한 이 총은 그의 이름을 따서 개틀링 건으로 불렸다. 하지만 이 총을 도입한 집단은 약자가 아닌 강자였다.
데뷔전은 미군의 인디언 소탕작전과 영국군의 아프리카 침략 등에서 치렀다.

개틀링 건은 1881년 미군의 정식 제식무기로 채용됐고 이후 군대는 많은 변화를 겪게 된다. 구리 탄피와 위장군복이 등장했고, 은폐와 엄폐 등의 전투 개념도 도입됐다.
이 총의 특징은 여러 개의 총신을 묶어 발사한다는 데 있다. 각 총신이 중심축 주위를 반회전하는 동안 장전되고 폭발하며, 소모된 탄피들은 2번째 반회전하는 동안에 방출된다. 수동으로 L자형 손잡이를 돌려야만 총신을 움직일 수 있었다. 그래도 분당 200발가량을 쏘아대는 개틀링 건은 당시로선 경이로운 무기였다.
문제는 전투 도중 병사가 손잡이를 너무 빨리 돌릴 경우 고장이 난다는 점이다. 개틀링은 총신에 전기모터를 달아 돌리는 방법을 개발해 1분에 3000발을 쏠 수 있는 새로운 총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모터가 달린 개틀링 건은 너무 무거워 다루기가 힘들었고 군에서 주목받지 못했다. 게다가 맥심이 발명한 수랭 가스식 기관총이 나오면서 개틀링은 잊혀져 갔다.
개틀링이 다시 부활한 것은 제트기 전쟁의 시대를 연 베트남전에서였다. 베트남전 당시 미군은 총신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많은 양의 화력을 쏟아부을 수 있는 총이 필요했다. 이에 따라 여러 개의 총신을 묶은 개틀링이 전투기 및 헬기 장착용으로 인기를 끌게 된다. 바로 20㎜ M61 벌컨포가 등장한 것이다. M134 미니건은 M61 벌컨을 보병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20㎜에서 7.62㎜ NATO탄으로 축소시킨 모델로, 1960년대 제너럴 일렉트릭사에서 개발됐다.
박병진 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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