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김미정(40)씨는 결혼 10주년 기념 선물로 명품 가방을 하나 사주겠다는 남편을 따라 최근 백화점에 들렀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이탈리아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알았던 A사 제품에 원산지가 중국으로 표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직원에게 어찌된 일인지 물었더니 “여러 나라에서 가방을 생산하다 보니 제품별로 원산지가 다를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김씨는 뭔가 속은 느낌이 들어 결국 구입을 포기했다.
국내 유명 백화점에서 프랑스 명품 백으로 팔리는 한 제품이 있다. 과연 원산지가 프랑스일까. 그럴 수도 있지만 아닐 가능성도 높다.
대표적인 명품인 루이비통은 프랑스, 미국, 동유럽이 원산지다. 프라다도 이탈리아보다 중국이나 인도가 원산지인 제품이 더 많다. 샤넬과 에르메스도 원산지가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등으로 분산돼 있다. 루이비통과 프라다는 한국으로 수입되는 제품의 선적지가 모두 홍콩으로 되어 있다.
이달부터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됐지만 유럽 명품 제품의 가격이 요지부동인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FTA 규정에 따라 면세를 받으려면 원산지와 생산지·선적지가 모두 EU 지역이어야 한다. 제품이 한국에 들어올 때 EU 국가가 아닌 지역을 거쳐 유입되어도 관세 혜택을 받지 못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올 2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국내 판매가격을 올린 루이비통은 관세 철폐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 팔리는 루이비통 전 제품은 홍콩을 거쳐 유입되며, EU에 속하지 않은 동유럽 국가에서 생산되는 제품이 많기 때문이다.
최근 가격을 올려 눈총을 받은 프라다의 제품 역시 홍콩을 통해 국내에 유입되며, 일부 제품은 중국과 인도 등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메이드 인 프랑스’, ‘메이드 인 이탈리아’로 표시됐지만 중국, 인도 등 제3국에서 제품이 만들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상당수 루이비통은 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서 조립과 포장만 한 제품으로 제3국 생산 비중이 커 서류상 원산지는 제3국으로 기록된다. 명품의 지위는 한마디로 ‘누가 어디서 만드느냐’ 하는 것보다 오랫동안 누려온 ‘브랜드 가치’에 따라 결정되는 셈이다.
한편 관세 혜택이 적용되는 샤넬과 에르메스 등 일부 명품 브랜드들은 FTA 발효 이후 국내 여론을 살피며 가격을 내리고 있지만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샤넬은 최근 가격을 5% 정도 인하했지만 FTA 적용을 앞둔 지난 5월1일자로 무려 25%나 올린 상황이어서 소비자를 조롱한다는 비난이 거세다. 샤넬 클래식 캐비어 가방은 463만원짜리가 579만원, 510만원짜리는 639만원으로 가격이 뛰었다.
에르메스도 가격을 낮추는 시늉만 하고 있다. 최근 가방 가격은 3∼6% 내렸지만 주얼리 중에는 오히려 오른 제품도 있다.
루이비통의 경우 턱없이 낮은 백화점 입점 수수료 혜택을 보고 있으면서도 가격을 내릴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보통 업체들은 백화점 입점 때 일종의 임차 비용으로 매출액의 30∼40%를 수수료로 낸다. 하지만 지난해 루이비통이 롯데와 현대, 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에 지급한 매장 수수료는 총 410억7599만원으로 매출액 대비 수수료율이 9.6%에 불과하다. 루이비통은 결국 세계적 명품이라는 ‘슈퍼 갑’의 지위를 악용해 한국 소비자를 상대로 폭리를 취하는 셈이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
대표적인 명품인 루이비통은 프랑스, 미국, 동유럽이 원산지다. 프라다도 이탈리아보다 중국이나 인도가 원산지인 제품이 더 많다. 샤넬과 에르메스도 원산지가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등으로 분산돼 있다. 루이비통과 프라다는 한국으로 수입되는 제품의 선적지가 모두 홍콩으로 되어 있다.
이달부터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됐지만 유럽 명품 제품의 가격이 요지부동인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FTA 규정에 따라 면세를 받으려면 원산지와 생산지·선적지가 모두 EU 지역이어야 한다. 제품이 한국에 들어올 때 EU 국가가 아닌 지역을 거쳐 유입되어도 관세 혜택을 받지 못한다.

최근 가격을 올려 눈총을 받은 프라다의 제품 역시 홍콩을 통해 국내에 유입되며, 일부 제품은 중국과 인도 등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메이드 인 프랑스’, ‘메이드 인 이탈리아’로 표시됐지만 중국, 인도 등 제3국에서 제품이 만들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상당수 루이비통은 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서 조립과 포장만 한 제품으로 제3국 생산 비중이 커 서류상 원산지는 제3국으로 기록된다. 명품의 지위는 한마디로 ‘누가 어디서 만드느냐’ 하는 것보다 오랫동안 누려온 ‘브랜드 가치’에 따라 결정되는 셈이다.
한편 관세 혜택이 적용되는 샤넬과 에르메스 등 일부 명품 브랜드들은 FTA 발효 이후 국내 여론을 살피며 가격을 내리고 있지만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샤넬은 최근 가격을 5% 정도 인하했지만 FTA 적용을 앞둔 지난 5월1일자로 무려 25%나 올린 상황이어서 소비자를 조롱한다는 비난이 거세다. 샤넬 클래식 캐비어 가방은 463만원짜리가 579만원, 510만원짜리는 639만원으로 가격이 뛰었다.
에르메스도 가격을 낮추는 시늉만 하고 있다. 최근 가방 가격은 3∼6% 내렸지만 주얼리 중에는 오히려 오른 제품도 있다.
루이비통의 경우 턱없이 낮은 백화점 입점 수수료 혜택을 보고 있으면서도 가격을 내릴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보통 업체들은 백화점 입점 때 일종의 임차 비용으로 매출액의 30∼40%를 수수료로 낸다. 하지만 지난해 루이비통이 롯데와 현대, 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에 지급한 매장 수수료는 총 410억7599만원으로 매출액 대비 수수료율이 9.6%에 불과하다. 루이비통은 결국 세계적 명품이라는 ‘슈퍼 갑’의 지위를 악용해 한국 소비자를 상대로 폭리를 취하는 셈이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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