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잇따르는 장병 자살에 군이 긴장하고 있다. 하지만 군 내 자살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1일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군 내 자살자는 2005년 65명, 2007년 80명, 2010년 82명으로 꾸준한 증가세다. 이 기간 중 총기 사망은 2005년 8명, 폭행 사망은 2명이 전부다. 군 내 사망 사건·사고는 대부분 자살이다.
장병 자살의 가장 큰 원인은 염세 비관인 것으로 조사됐다. 군 수사당국이 2010년 자살자의 유서나 메모 등을 분석한 결과 우울증 등에 의한 비관 자살이 가장 많았고, 복무 염증, 부대 부적응, 이성문제 등이 뒤를 이었다. 이 가운데 복무 염증이나 부대 부적응의 사유는 구타나 가혹 행위 등 병영문화와 불가분의 관계여서 관련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군은 1980년대부터 ‘구타·가혹 행위 근절’, ‘언어폭력 근절’ 등 병영문화 혁신을 추진해왔다. 2009년에는 ‘자살예방 종합 시스템’까지 시행했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군인 10만명당 자살자 수는 2005년 9.4명 이후 매년 꾸준히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자살예방 프로그램 시행 이후 10만명당 자살자 수가 12명대로 진입하는 등 증가세가 이어졌다.
군 안팎에서는 장병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정부기구인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군이 자력으로는 자살을 방지하지 못하는 상황임을 인정하고 민간 전문가의 도움을 수용해야 한다”며 “병영 부조리를 감시하고 장병의 고민을 해소할 외부 감시장치 설치를 고려할 때”라고 주장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같은 기간에 전체 국민 10만명당 연간 자살자 수가 23∼31명인 것과 비교하면 군 내 자살자 비율은 낮은 수준”이라며 “군 내 자살자 증가세는 사회 전반적으로 자살이 느는 추세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기간 우리 국민 20∼29세 남성 10만명당 연간 자살자 수도 15.2∼25.3명으로 군보다 높게 나타났다.
안석호 기자 sok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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