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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문 열리는 날’ 밤샘 수련… 참뜻 깨닫는다

입력 : 2011-07-06 01:55:18 수정 : 2011-07-06 01:5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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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신수련 ‘고수회’ 우리 조상들은 경신(庚申)일을 소중한 날로 여겼다고 한다. 육십갑자를 따져 생긴 경신일은 일년에 여섯 번 찾아온다. 도가나 선도(仙道), 민속신앙에서는 경신일을 ‘하늘의 문이 열리는 날’로 여기고 밤새워 수련한다. 올해 세 번째 경신일인 4일 새벽 경기 포천의 호수전원마을 한 수련가옥에서 경신 수련을 하는 고수회(회장 이규임 선사)를 찾았다. 경신일 전날인 3일 밤 11시를 넘기자 삼삼오오 회원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10명 정도인 회원은 5월 경신일에 이어 두 달 만에 수련장을 찾았다. 연령대는 주로 50∼60대, 직업은 대학교수, 시인, 주부 등으로 다양하다. 

촛불을 켜 놓고 어둠 속에 앉아 수련하는 모습.
◆경신수련이란


일반적으로 육경신(六庚申)이란 표현을 사용한다. 일 년에 여섯 번 찾아오는 경신일을 놓치지 않고 그 때마다 한숨도 자지 않고 수련한다는 뜻이다. 육경신은 경신을 지킨다는 의미에서 수경신(守庚申)으로도 불린다. 단 한순간도 눈을 붙이지 않고 영기 운동을 하면서 정신수양을 하는 것이다. 육경신을 한 번 지킬 때마다 새로이 깨침을 얻고 혜안이 열리고, 수련하면 할수록 초인이 되는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전해온다. 36년 수행하면 천상 상제를 접할 수 있고, 상제의 참뜻을 전달받고 조화의 능력을 얻어 초인간적인 진인(眞人)이 되며, 인류를 평화로 이끌어줄 신인(神人)이 된다고도 한다.

이규임 지도선사는 “경신일은 하늘의 문을 지키는 수문장들이 자리를 비우는 시간이기 때문에 이날 만큼은 영계 체험을 하기 쉬운 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종교적인 설명을 하면 자칫 신비주의에 빠질 우려가 있으니, 과학에 근거해 우주의 기파가 쉽게 사람과 통할 수 있는 날로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4일 오전 0시30분 “수련을 시작합니다”란 지도선사의 말과 함께 경신 수련이 시작됐다. 육경신에 대한 설명을 들은 회원들은 이어 구서(九誓·아홉가지 맹세)에 따라 절을 하고 내용을 따라 읽으며 수련으로 몰입해 갔다. 구서는 인간의 도리를 아홉가지로 요약한 맹세문이다. 구서에는 효(孝), 우(友), 신(信), 충(忠), 손(遜), 지(知), 용(勇), 렴(廉), 의(義)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어 모두가 천서원(天誓願)을 읽고 선서를 했다.

“나는 경천숭조(敬天崇祖)하고 윤리와 도덕을 지켜 부모에 효도하고 가정에 충실하며 국가와 사회에 모범이 될 수 있는 인간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며 선도(仙道)를 성심수행하여 중생제도(衆生濟度)에 헌신할 것을 천서원하오니 강림(降臨)하시어 천도를 깨우쳐주옵소서.”

구서(九誓)를 읽은 뒤 큰절을 하는 수련자들.
◆건강을 위한 기수련에 초점


영적인 체험을 중시했던 과거와 달리 요즘의 경신 수련은 건강 증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방법도 간단하다. 본래는 결가부좌 상태에서 수련해야 하지만 반가부좌를 하거나 개인의 체력 조건에 따라 의자에 앉거나 누워서 수련하기도 한다. 두 손과 팔을 하늘과 땅 방향으로 원을 그리며 우주의 기운을 몸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반복한다.

24시간 동안 단 한순간이라도 졸면 무효가 되지만, 24시간 쉬지 않고 행하는 것은 아니다. 이날도 새벽 1시부터 3시까지 두 시간 팔을 움직여 하늘의 기운을 모으는 기수련을 마친 후 휴식을 취했다가 다시 수련하기를 반복했다. 이렇게 꼬박 24시간 수련과 휴식이 이어졌다. 휴식 시간에는 편한 자세에서 다과도 함께하며 담소해도 된다. 단, 잠을 자면 도로아미타불이다. 분심과 잡념, 욕심을 버리고 의식까지 버릴 수 있으면 영적인 체험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 선사는 “이 수련은 믿음의 세계가 아니라 과학의 세계에 있기 때문에 종교와 상관없이 누구나 할 수 있다“면서 “기파가 8∼12헤르츠(㎐) 사이의 명상뇌파를 유지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수련을 하면서 자기를 성찰하는 게 중요하고, 의식을 버릴 수 있는 단계에 이르면 업보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영험한 세계도 체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에서 온 50대 후반의 한 여성은 “몇 년째 경신일을 지켜 밤샘 수련을 하다보니 몸과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낀다”고 말했다. 가톨릭 신앙을 갖고 있으면서 수련에 참가한 조한석(59)씨도 “하루를 꼬박 지새웠지만 피곤하지 않다”면서 “오히려 몸과 마음이 더 맑아졌다”고 소감을 전했다.

포천=신동주 기자 rang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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