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충암중 학생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다. 학습에 흥미를 느끼니 한자에 대한 거부감이 없고 실력도 쑥쑥 늘어난다. ‘한자공부는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김종필(사진) 한문교사의 독특한 수업방식 덕이다.
김 교사의 수업은 다양한 시각자료를 활용한 퀴즈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한자를 반복해 읽고 쓰고 외우는 방식과 거리가 멀다. 김 교사는 ‘愛情(애정)’과 관련해 ‘愛’ 자를 가르칠 때 먼저 강아지와 타조 등 동물이 사랑하는 모습의 사진을 여러 장 보여준다. 사진에는 ‘愛情’이라는 글자도 크게 쓰여 있다. 학생들은 사진을 보며 자연스럽게 한자를 익히고 더 오래 기억한다. 그 다음에 ‘愛國’(애국), ‘友愛’(우애) 등과 같은 추가 단어를 퀴즈로 배운다. 김교사가 한자 뜻을 설명하면 학생이 한자어를 맞히는 식이다. 문제를 맞힌 학생에게는 사탕 등이 선물로 주어진다.
이 학교에서는 노래를 통해서도 한자를 배운다. 한자에서 부수가 매우 중요한데, 214자에 이르는 부수는 여러 차례 써 봐도 헷갈린다. 따라서 김 교사가 생각해 낸 것이 노래다.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선율에 가사를 붙여 외울 수 있게 했다. 그림카드도 활용한다. 앞면에 한자를 설명하는 그림을 보여주면 학생들이 답을 맞히는 식이다.
한문과목 수행평가에도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반영됐다. 1학년생에게는 미래 자기 모습을 꿈꾸며 한자로 된 명함을 만드는 과제가 주어졌다. 치과의사를 꿈꾸는 한 학생은 자기 프로필과 사진 등을 활용해 꾸몄다. 2학년생에게는 훗날 자신의 직업을 홍보하는 광고지를 만들도록 했다. 제과점을 할 때 빵을 많이 팔기 위한 전략 등을 광고지에 한자로 적어야 한다.
김 교사는 2008년 이 학교에 부임했을 때만 하더라도 학생 참여가 낮아 자괴감이 들었다고 한다. 수업시간에 졸거나 교과서조차 준비하지 않은 학생이 비일비재했다. 김 교사는 학생들이 흥미를 갖도록 하기 위해 시중에 나온 한자 교재를 모두 분석했다. 그리고 재미있는 방법만 골라 수업에 적용했다. 다양한 수업자료를 만들다 보니 늘 밤늦게 퇴근했다. 지금은 학생들이 한문시간을 기다릴 정도로 반응이 좋다. 김 교사는 “한자를 읽고 쓰는 방식으로 무작정 외우는 것은 과학시간에 실험도 하지 않은 채 실험결과를 외우는 것과 똑같다”며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한자어를 중심으로 재밌게 배워야 시간이 좀 더 걸릴지라도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김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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