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파는 전기의 흐름이 있는 곳이면 어디나 존재한다. 엑스선, 사우나에 설치된 적외선, 전자레인지, 휴대전화, TV, 라디오, 가정용 전원에서 나오는 교류전기 등이 모두 전자파이다. 그 외 전기장판, 전기다리미, 공기청정기 등 전기와 관련된 제품은 어느 것이나 전자파가 존재한다. 특히 전자레인지는 스위치를 껐을 때도 코드가 전원에 연결돼 있으면 마이크로파 발생장치인 마그네트론이 예열되고 있으므로 60㎐의 전자파가 늘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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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과학저술가 |
그런데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휴대전화기를 가솔린엔진 배기가스와 나란히 ‘발암 가능성 물질’로 분류하고 소비자에게 위험을 경고했다. ‘발암 가능성’은 발암성과 관련해 세번째로 높은 등급이다. 첫 번째는 비소·벤진·석면 등 ‘발암 물질’, 두번째는 포름알데히드·디젤엔진 배기가스 등 ‘발암 추정 물질’이다.
국제암연구소 전문가들은 휴대전화를 장기간 사용한 영향으로 뇌와 척수 내부에 있는 신경교세포에 종양이 생길 가능성이 40%나 높다는 몇몇 연구 결과에 주목했다. 2010년 발표된 조사에 의하면 10년 이상 휴대전화를 사용한 경우 뇌종양 발생 위험이 두 배 정도 높다는 것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조사 결과 우리나라 5세 이하 어린이의 전자파 흡수율이 20세 성인 흡수율의 최대 1.5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대전화의 위험성이 있다면 어떻게 사용해야 각종 위험을 줄일 수 있는가는 당연한 질문이다. WHO는 휴대전화 전자파를 줄이기 위한 ‘휴대전화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휴대전화는 가능하면 몸 가까이 두지 말고 장시간 통화할 때는 유선전화를 이용하며 되도록 문자메시지를 활용할 것 등이다. 특히 어린이들은 긴급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 또한 휴대전화 전자파를 최소화하려면 머리에 2㎝ 정도 띄워서 10분 이내로 통화하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전자파의 인체 유해성에 대해서는 사용시간과 노출정도 등이 종합적으로 연구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도 논란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명확하게 사실관계가 밝혀질 때까지 조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해 집단적 히스테리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현대 문명의 이기로 자리매김한 휴대전화 자체를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할 수는 없는 일이므로 건강과 정보를 함께 얻을 수 있는 윈윈 전략이 필요할 때다.
외국의 휴대전화 대처방안을 적극 도입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프랑스는 14세 이하 어린이를 대상으로 휴대전화 광고를 법적으로 금지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고 스위스, 독일, 핀란드는 휴대전화 사용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영국은 휴대전화에 ‘과도한 사용에 따른 건강 위험’이라는 경고문을 끼워서 판매하고 있다.
이종호 과학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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