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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年 6000만원’ 美 대학 학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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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6-19 21:37:42 수정 : 2011-06-19 21:3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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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아이는 미국의 사립대학에 다닌다. 기숙사비와 식비를 포함한 연간 학비가 5만7000달러(약 6175만원)가량이다. 한국의 기숙사비와 식비 등을 제외한 대학 등록금이 1000만원 정도라면 족히 세 배가 넘는다. 한국에서 요즘 이런 소리를 하면 몰매를 맞겠지만, 미국 대학 등록금이 한국 대학 수준으로만 낮아졌으면 정말 좋겠다. 상사 주재원 등으로 미국에 파견근무를 나왔다가 자녀가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으면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자녀의 바람대로 미국 대학에 보내주고 그동안 번 돈을 몽땅 까먹을지, 아니면 상대적으로 등록금 부담이 적은 한국 대학에 진학을 시킬지 결단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기자는 아이가 다니는 대학의 입학사정관에게 “미국 대학은 왜 그렇게 등록금이 비싸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 사정관이 기자를 빤히 쳐다보면서 “학비로 6만달러를 받아도 한 학생당 최소한 8만달러가 들어 2만달러의 적자가 난다”고 했다. 그는“학생 7명당 교수가 1명꼴이며, 좋은 교수 모셔오고 첨단 기자재 들여와 수준 높은 교육을 하는데 그 정도 돈이 든다”고 했다. 그 당시에는 수긍할 수 없었지만, 아이가 대학 생활을 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입학사정관의 말이 결코 과장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아이가 다니는 대학은 매학기 60개 강좌를 선정해 수강 신청 학생을 단 2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한 학기 동안 정교수 1명이 대학생 2명을 가르친다. 미국에서는 이것을 ‘옥스퍼드 교육 방식’이라고 부른다.

국기연 워싱턴 특파원
미국 대학의 등록금은 학생들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많은 학생이 가정 형편에 따라 장학금이나 학자금 융자를 받고 있다. 칼리지 보드는 2009-2010년 학기를 기준으로 미국의 4년제 대학생이 1년에 평균 1만1500달러의 학자금을 지원받았고, 이 중 6000달러는 장학금으로 나중에 갚지 않아도 되는 돈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명문 사립대학은 등록금을 액면가대로 다 받아도 모자라는 판에 장학금까지 주고 나서도 끄떡이 없다. 거액의 기부금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아이비리그 대학을 비롯한 명문대는 대체로 사립대학이고, 좋은 사립대학일수록 적립해 놓은 기부금이 천문학적인 규모다.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가 매년 발표하는 미국 대학 순위와 교육전문지 ‘고등교육 크로니클’이 발표하는 각 대학 기부금 보유 순위는 거의 비슷하다. 하버드대는 대학 랭킹도 1위지만 기부금 역시 2010년 6월 기준으로 27억6000만달러에 달해 1위를 차지했다. 랭킹 2위인 프린스턴대는 14억4000만달러로 기부금 순위 3위를 차지했다. 랭킹 3위인 예일대는 16억7000만달러로 기부금 순위 2위를 기록했다. 대학 랭킹 5위인 스탠퍼드대는 13억9000만달러로 기부금 순위 역시 5위였다.

미국에서는 아이비리그 못지않으면서 작고 강한 인문대학이 각광을 받고 있다. 인문대학 랭킹 1위인 윌리엄스대는 기부금 1억5000만달러로 역시 이 분야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랭킹 2위인 앰허스트대는 1억4000만달러로 기부금 순위 3위를 기록했고, 랭킹 4위인 웨슬리대는 기부금 1억3000만달러로 역시 4위에 올랐다.

그렇다면 그 많은 기부금은 누가 내는가. 바로 졸업생이다. 졸업생이 사회에 나가 돈을 벌어 그 돈을 자신의 모교에 기부한다. 명문 대학일수록 우수한 인재가 몰리고, 이들이 장학금 혜택 등을 받으며 좋은 교육을 받아 졸업 후 돈을 벌게 되면 그 돈을 모교에 기부한다. 그러면 대학은 재정이 풍부해져 더 질 높은 교육을 하게 되고, 그 다음에 더 좋은 학생을 유치하는 선순환이 이뤄진다.

한국은 비싼 등록금 문제로 홍역을 치르면서 인색한 기부문화에 대해 자성해야 할 것 같다. 미국 명문대학 졸업생들처럼 모교에 기부금을 내지 않으면 한국 대학이 미국 대학을 쫓아갈 수가 없다.

국기연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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