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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리뷰] 상용로그가 없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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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6-15 22:17:18 수정 : 2011-06-15 22: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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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도·진도 측정치 간편하게 표시
어려운 로그가 실생활에 많은 편의
신문을 읽다 보면 ‘pH가 4에 가까운 강산성 비가 내렸다’와 같은 기사를 접하게 된다. 산성도를 나타내는 pH는 7을 기준으로 값이 작아질수록 산성, 값이 커질수록 알칼리성을 띠게 된다. 중성인 물의 pH가 7이니 pH 4이면 중성과의 차이는 겨우 3이지만 강산성이라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산성도를 나타낼 때 10배씩 변화하는 것을 1씩 변화하도록 간편화한 상용로그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박경미 홍익대 교수·수학
산성도는 용액 속에 든 수소이온 농도에 의해 결정되는데, 상용로그값은 log 1=0, log10=1, log100=2, log1000=3 이므로 pH 4인 산성비와 pH 7로 중성인 물의 수소이온 농도는 1000배나 차이가 난다. pH는 0에서 14까지이므로 양 극단의 수소이온 농도 차이는 무려 100조 배이다. 만일 상용로그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비의 산성도를 나타내기 위해 1부터 100조까지 엄청나게 큰 숫자를 동원했을 것이다.

지난 3월 일본 도호쿠에서 발생한 규모 9.0의 강진 역시 상용로그를 이용해 나타낸 값이다. 지진의 강도를 나타내는 지표에는 절대적 척도인 ‘규모’와 상대적 척도인 ‘세기’의 두 가지가 있다. 규모가 지진 자체의 강도를 나타낸다면, 세기는 특정 장소에서 감지되는 지진의 영향력을 나타내는 것으로 가장 대표적인 세기는 진도이다. 비유하자면 지진의 규모는 라디오 송신소의 출력과 같고, 지진의 세기는 실제로 청취하는 라디오의 수신 감도에 해당한다. 가장 많이 쓰이는 규모는 ‘리히터 규모’로 미국의 지질학자 찰스 리히터의 이름을 딴 것이다. 리히터 규모는 지진파의 최대 진폭과 진원으로부터의 거리를 고려해 지진의 에너지를 추정하도록 만들어진 단위이다. 지진파의 최대 진폭은 지진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나므로 리히터 규모를 계산할 때도 상용로그를 이용하면 지진파의 최대 진폭이 10배씩 커질 때마다 리히터 규모는 1씩 증가하므로 간단하게 표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리히터 규모는 최대 진폭에 의해 결정되지만, 실제 지진의 위력을 결정하는 것은 지진이 발생할 때 방출되는 에너지이다. 지진파의 에너지를 E, 리히터 규모를 M이라 할 때 계산식은 log[E]= 11.8+1.5×M이다. M이 1만큼 커지면 에너지 E는 10의 1.5제곱만큼 커지므로 약 31.6배가 된다. 일본 도호쿠의 강도 9.0인 지진은 지난해 아이티에서 발생한 7.0의 지진과 비교할 때 31.6×31.6이므로 1000배 더 강력한 에너지를 갖는다.

소리의 세기를 나타내는 단위 데시벨(㏈)도 상용로그를 이용한다. 데시벨은 나타내고자 하는 소리의 세기를 표준음의 세기와 비교해 그 비로 계산하는데, 데시벨에서도 역시 상용로그를 이용한다. 소리의 세기가 10배, 100배, 1000배 커질 때 데시벨은 10, 20, 30으로 커지도록 설정했다. 예를 들어 표준음을 0㏈이라고 할 때 일상적인 대화의 소리는 약 60㏈로, 표준음의 100만배가 된다.

별의 밝기를 나타내는 등급에도 상용로그가 쓰인다. 등급은 그리스의 히파르코스가 가장 밝은 별을 1등성, 육안으로 겨우 볼 수 있는 별을 6등성이라고 정한 데서 비롯됐다. 그 후 허셀에 의해 1등성의 밝기는 6등성 밝기의 100배로 밝혀졌다. 이에 기초해 별의 등급과 밝기 사이의 관계를 표현할 수 있다.

고등학교 수학 교과서에 등장하는 로그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저 어려운 수학 문제를 만들어내는 골치아픈 개념으로 기억하겠지만, 로그는 pH, 리히터 규모, 데시벨, 별의 등급과 같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산술급수적으로 커지도록 간편화해주는 유용한 개념이다.

박경미 홍익대 교수·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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