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교육은 80%에 이르는 대학 진학률과 이를 가능케 한 교육열 등으로 해외에서 호평을 받아왔다. 하지만 정작 국내 시선은 싸늘하다. 주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사교육비 때문이다. 2007년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교육비 규모는 7.0%로 OECD 평균(5.7%)을 훨씬 넘어섰다. 이 가운데 민간이 2.8%를 부담해 OECD 평균(0.9%)의 3배에 달했다.
이같이 교육에 대한 민간 의존율이 높으면서 소득 수준에 따른 교육비 지출 규모 또한 큰 차이를 보였다. 지난해 5분위(상위 20%) 소득계층의 월평균 교육비 지출은 56만1400원으로 1분위(하위 20%) 9만1400원의 6.14배에 달했다. 특히 학원 및 보습비 등 사교육비는 5분위가 34만1400원으로 1분위(4만3200원)의 7.9배였다. 최근 수년 사이 소득 수준에 따른 교육 양극화가 심화된 것이다.
부모 학력이나 소득 수준이 자녀 월급 및 지위에도 영향을 미쳤다.
통계청의 지난해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녀의 첫 월급은 부모 모두 대학을 나오지 않은 경우는 156만4488만원으로 부모 모두 대학을 졸업한 경우(평균 202만9009원)의 77%에 그쳤다. 앞서 2007년 교육복지패널 자료를 분석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교육불평등과 빈곤 대물림’에 따르면 단순노무직과 전문직은 세대 간 지위 대물림이 자녀의 학력을 매개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 양극화가 교육 격차로 이어진다는 점은 교육 전문가들도 인정하는 바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 2월 교사·교수·연구원 49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개인의 능력과 노력으로 가정의 경제적 수준과 무관하게 명문학교에 갈 수 있다’는 문항에 응답자의 68%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의 70%는 취직과 관련한 비슷한 문항에서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전남대 김상봉 교수(철학과)는 핵심 현안으로 떠오른 ‘반값 등록금’과 관련해 “(양극화에 관한)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모순들이 등록금 문제를 촉매로 한꺼번에 터져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벌 사회, 청년 실업, 대학 서열화, 입시 위주의 초중등 교육 등 한국 교육의 제반 문제점들이 대학 등록금 논란을 통해 분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흘러나온 반값 등록금 화두가 ‘포퓰리즘’, ‘제2의 촛불’이라고 불릴 만큼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것도 그만큼 공공재로서 고등교육과 교육의 공정성에 대한 학생·학부모들의 갈망이 높았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반값 등록금’은 계층의 소득 격차가 교육 불평등으로 이어지고 또다시 사회 양극화를 야기하는 교육 양극화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사례이기도 하다.
또한 지난해 고등학교 졸업생 10명 가운데 8명이 대학에 진학할 정도로 대학생이 많아졌고 1998년 IMF 이후 경기가 급격하게 악화됐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교육개발원의 류방진 교육제도·복지연구실장은 설명했다.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서는 명문대 졸업장이 필요하고 학부모들은 자녀를 보다 이름있는 대학에 보내기 위해 적정 규모 이상의 사교육비를 쏟아붓고 있다. 여기에 취업문이 매우 좁아지자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대학 재학 중에도 소득 격차로 인한 교육 양극화는 여전하다. 고등교육의 경우 ‘수혜자 부담 원칙’이 적용되고 4년제 대학의 77%를 차지하는 사립대 평균 등록금은 800만원에 육박한다. 국가는 물론 가정으로부터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대부분의 학생은 아르바이트 등으로 학비를 마련하느라 정작 취업 준비에는 집중하지 못해 좋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교개원은 지난달 발간한 ‘2020년 교육환경 전망과 정책적 대응 방안’에서 “초중등교육의 질적 제고를 통해 사교육비 경감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대학 등록금 지원 등을 통해 모든 국민이 자신의 능력 개발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