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서 백수건달 취급받아

그러나 그는 지금 세상의 편견과 역경을 딛고 일어서 ‘뇌교육’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를 개척하고 지구촌 곳곳을 누비며 홍익인간을 근간으로 하는 한국의 정신과 문화를 세계에 수출하고 있다. 이런 공로로 2002년에는 대한민국 국민훈장 석류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국뇌과학연구원 원장, 국제뇌교육대학원대학교 설립자,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 세계 120여개국에 지부를 두고 있는 국제뇌교육협회 회장인 일지(一指 ) 이승헌(61)씨의 이야기다.
단월드(단학)와 뇌교육의 창시자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이 총장은 어린 시절 집중력 장애를 겪은 소년이었다. 1950년 충남 천안시 성남면에서 태어난 그는 초등학교 교사였던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았지만 몸도 약했고 학교공부에는 도통 취미를 붙이지 못하는 아이였다. 글씨를 써도 삐뚤빼뚤,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고 5분 이상 가만히 앉아 있지 못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공책 한 권을 변변히 채워본 적이 없고, 상이라고는 초등학교 2학년 때 받은 노력상이 전부였다.
대신 그는 태권도, 합기도 등의 무술에 매달렸고 부모님 등쌀에 대학입시를 위해 서울에 올라갔지만 학원비는 무술공부를 한답시고 다 써버려 대학에 연거푸 두 번이나 떨어지고 낙향했다.
고향으로 내려와 몇개월 동안 눈칫밥을 먹고 있던 그를 변화시킨 하나의 사건이 생긴다. 매일 백수건달 생활을 하다가 마을 앞 다리 밑에 쌓인 쓰레기를 거름으로 활용해 야산에 호박농사를 지었는데, 작황이 너무 좋아 온 마을 사람들에게 호박을 나눠 주게 됐다. 그를 희망이 없는 청년이라고 여겼던 마을 사람들은 모두 고마워하며 다른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홍익의 기쁨을 처음으로 깨닫는 순간이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이 대견해 보였다. 그는 호박농사처럼 자기뿐 아니라 남에게 도움을 주고자 공부를 해야겠다고 결심을 했다. 그리고 이듬해 스물두 살에 늦깎이 대학생이 됐다. 대학을 졸업하고 임상병리사 자격증을 딴 그는 결혼을 해 평범한 가정을 일궜다.
그가 어떻게 현대 단학과 뇌교육을 창시하고 국학원을 설립하며 세계적인 명상가라는 명망을 얻을 수 있었을까.
그의 삶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부터 ‘나는 왜 사는가’에 대한 깊은 고민과 함께 호박농사를 통해 이해하게 된 진정한 삶의 의미(홍익인간)를 깊이 되새겼다.
직장에 다니면서도 매일 새벽 4시면 일어나 호흡수련법인 내기(內氣)운용법과 기를 이용해서 심신의 병을 치료하는 활공법을 수련했다. 직장을 그만둔 뒤 모악산 입산수련을 통해 ‘우주와 사람이 둘이 아니고, 자연과 사람 또한 둘이 아니며, 사람이 바로 천지의 주인이다’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는 지금도 어김없이 새벽 3∼4시에 일어나 수련을 반복하고 있다.
모악산에서 깨달음을 얻고 가족들이 살고 있던 안양으로 돌아온 그는 충현탑 공원에서 사람들에게 무료로 심신수련법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호응이 좋아지자 1985년 서울 신사동에 최초의 단학선원을 열어 마침내 세상에 ‘단학(丹學)’을 내놓았다.
선원을 열기 전까지만 해도 단학은 수련법에 마땅한 이름이 없이 통상 단전호흡으로 불리었으나 그 말 속에는 방법만 있을 뿐 철학이 없어 만족스러운 이름이 되지 못했다. 단전호흡과 명상을 기반으로 한 수련을 보다 고급화하려고 그는 단전을 의미하는 ‘단(丹)’에 평생 배우고 익혀야 한다는 의미의 ‘학(學)’을 붙여 ‘단학’으로 이름지었다.
그렇게 탄생한 단학선원은 처음부터 순조롭게 운영되지는 않았지만 썰렁하던 수련장이 붐비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수련생들의 입소문도 있었지만 개원 이듬해인 1986년 발간된 소설 ‘단’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사람들이 전통 선도에 관심을 갖게 됐고, 그 관심은 단학수련으로 이어졌다. 25년이 지난 지금 단학은 ‘단월드’로 이름이 개칭돼 세계에 1000여개의 단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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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헌 총장이 단월드 미국회원들과 함께 산책을 하며 수련법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미국 회원은 1만명에 이른다. |
홍익사상에 심취한 그는 국학운동을 위해 충남 천안시 목천면에 국학원 설립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10년여의 노력 끝에 2004년 6월 국학원을 개원했다.
국학원의 주요 활동은 교육사업이다. 국학원에서는 주로 공무원, 직장인, 군인, 학생 등을 대상으로 국학교육이 실시된다. 한민족의 영광사와 수난사, 나아갈 바, 홍익정신을 교육하고 함께 토론하는 국학교육 이수자는 현재까지 500만명 정도다. 올해는 10월3일 국학원이 있는 충남 천안에서 3만여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개천행사를 열 계획이다.
단학선원을 연 지 9년 만인 1993년 그는 단학선원의 경영 일체를 제자들에게 넘기고 미국에서 새롭게 국학운동 세계화를 시작했다. 미국에서 단월드 센터를 확장하고 애리조나주 세도나 일지명상센터를 만드느라 24시간을 아껴 쓰던 1999년 한국에서 납덩어리처럼 무겁고 어두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그해 초부터 한국에서는 단학선원 회원들이 주축이 된 한문화운동연합이 일선 학교 교정에 ‘통일기원국조단군상’을 건립하는 운동을 펼쳤다. 원래 36기를 세울 계획이었으나 뜻밖의 호응에 그해 7월 말까지 369기가 서게 됐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경기도 여주의 한 중학교 교정에 세워졌던 단군상의 목이 잘려나가는 일이 벌어졌다.
특정 종교인들이 ‘종교적 우상’을 교정에 세워 교육환경을 오염시킬 수 없다며 벌인 범죄임이 나중에 밝혀졌지만, 단군상 건립에 무슨 종교적 저의가 있을 수 있는지 의아할 뿐이었다. 단군상 훼손에 강력하게 대처하는 동안 함께하던 사람들이 떠나가기도 했다. 단군과 홍익정신을 알리기 위한 그의 한 길에 벌어진 최대의 시련기였다.
이 총장은 1997년 미국 세도나 코코니노 국립공원에 위치한 160에이커(약 66만㎡)의 대지에 세도나 일지명상센터를 설립했다. 이곳은 한국의 홍익정신 세계화를 상징하는 곳으로,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한국 정신문화의 정수인 단학과 브레인 명상 등을 체험하고 있다. 세도나 일지명상센터의 한 해 방문객은 30만명에 이른다. 단학 수련에 익숙하지 않은 관광객을 위해서는 승마명상, 힐링 세션, 뇌교육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돼 각광을 받고 있다.
“국학의 뿌리는 홍익철학”이라고 말하는 그는 요즘 뇌교육과 장생에 대한 연구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가 개발한 뇌교육 프로그램은 국내에서는 400여개 학교에 보급돼 학습능력 향상과 학생들의 인성교육 프로그램으로 각광을 받고 있고, 미국 120여개 학교에도 보급됐다.
“뇌교육은 한국의 정신입니다. 뇌 활용법과 뇌 운영시스템, 그에 따른 뇌교육 프로그램들은 모두 한국의 홍익정신으로부터 출발한 것입니다. 뇌교육의 뿌리는 시대가 지나도 변하지 않고 세계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홍익정신입니다. 저는 홍익정신을 가지고 우리의 국학을 세계화하겠습니다.”
한국은 물론 일본, 미국 등 세계를 돌며 뇌교육 강연을 펼치고 있는 그는 강연을 시작할 때면 청중들과 눈을 마주치며 언제나 똑같은 질문을 던진다.
“여러분 모두 뇌를 가져오셨습니까?”
성공과 시련을 함께 겪어 온 일지 이승헌 함(艦)의 세계를 향한 꿈의 항해가 어떻게 이어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천안=김정모 기자 race1212@segye.com
프로필
▲1950년 천안 출생 ▲1985년 현대 단학 창시 ▲1987년 현대 국학운동, 민족정신광복 국민운동본부 설립 ▲1988년 사단법인 한문화원 설립 (현 사단법인 국학원) ▲1990년 한국인체과학연구원 설립 (현 한국뇌과학연구원) ▲1997년 미국 애리조나주 일지명상센터 설립 ▲2002년 세계지구인연합회 창립 ▲2005년 3월 국제평화대학원대학교 2대 총장 취임 ▲2009년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설립인가 및 초대 총장 취임
▲1950년 천안 출생 ▲1985년 현대 단학 창시 ▲1987년 현대 국학운동, 민족정신광복 국민운동본부 설립 ▲1988년 사단법인 한문화원 설립 (현 사단법인 국학원) ▲1990년 한국인체과학연구원 설립 (현 한국뇌과학연구원) ▲1997년 미국 애리조나주 일지명상센터 설립 ▲2002년 세계지구인연합회 창립 ▲2005년 3월 국제평화대학원대학교 2대 총장 취임 ▲2009년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설립인가 및 초대 총장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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