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맡고 있는 국방위 대변인 명의로 이날 “너절하게 ‘이명박 역적패당’과는 더 이상 상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함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내 남북정상회담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는 2008년 대북 강경노선을 채택한 이명박 정권 출범 후 악화일로였으나 남북정상회담 유용론 자체가 폐기된 것은 아니었다. 북측은 경제난 타개를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는 차원에서, 이명박 정부는 북핵 문제를 일괄타결하고 정국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남북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은 줄곧 이어졌다.
실제 남북 간 탐색전이 벌어져 2009년 10월 당시 임태희 노동부 장관과 김양건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의 싱가포르 회동이 성사돼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일부 의견 접근이 이뤄지기도 했다. 다만 당시 접촉은 국군포로·납북자 송환과 대북 식량지원에 대한 이견 탓에 정상회담으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남북관계는 지난해 발생한 천안함·연평도 사건으로 최악의 국면으로 치달았다. 이 대통령은 이후에도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필요하면 할 수 있다”고 밝혔으나 그 전제는 두 사건에 대한 북측의 명백한 사과였다. 지난달 9일 ‘베를린 제안’을 통해 김정일 위원장에게 내년 3월 서울 핵안보 정상회의 초청을 제안하면서도 이 조건은 빼놓지 않고 달았다.
이명박 정부는 그럼에도 내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남북 이슈를 선점·주도하겠다는 의도를 포기하지 않았다. 베를린 제안에 대한 남북접촉 사실을 지난달 18일 이례적으로 공개하며 이슈화를 시도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정상회담은 올해 하반기나 연말까지가 마지막 기회”라며 적극적인 남북대화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일단 북한 주장이 사실일 경우 정부는 앞에서는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면서 뒤에서는 남북정상회담을 ‘뒷거래’한 모양새여서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북측이 볼 때는 사과가 아니고 남측이 볼 때는 사과처럼 보이는 절충안’을 남측이 제안했다는 것은 겉과 속이 다르게 국민을 호도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특히 “돈봉투까지 거리낌없이 내놓았다”는 북한 얘기가 맞다면 현 정권의 도덕성은 치명상을 입을 전망이다.
김청중 기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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