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젝트'는 자신이 선택한 특정 집단에 직접 들어간 뒤 3~4개월간 그들의 일원으로 지내며 그들처럼 생활하는 것.
히스패닉 집단에 들어갔을 땐 히스패닉 여인처럼 옷을 입고 행동했고 한국의 여고생 집단에서는 교복을 입고 여고생이 됐다. 그렇게 3년여간 작가는 영국의 펑크족, 뉴욕의 여피족, 흑인 여인, 스트립 쇼걸, 레즈비언 등 다양한 집단 속으로 스며들며 자신의 정체성을 바꿔갔다.
그들과 어울리던 작가는 그들과 함께 있는 어느 순간 친구나 지나던 행인에게 기념사진을 부탁했다. '프로젝트'임을 밝히지 않은 채 그냥 찍힌 한 장의 스냅 사진으로 '프로젝트'는 완성됐다.
19일 가회동 원앤제이 갤러리에서 시작된 니키 리의 한국 내 첫 개인전 '니키 리, 파츠 앤 레이어스'전은 단체전에서 간헐적으로만 선보였던 '프로젝트' 연작을 한꺼번에 보여주는 자리다.
정체성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이후 작업에서도 한결같이 나타난다. '프로젝트'에서 자신을 직접적으로 사진에 드러냈던 작가는 최근 프로젝트인 '레이어스'(Layers)에서는 좀 더 간접적인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낸다.
작가는 방콕과 마드리드, 로마 등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만난 길거리 화가들에게 빛이 투과되는 종이를 주고 자신의 초상화를 그려 달라고 부탁했다. 이후 각 도시당 세 점씩 완성된 초상화를 라이트 박스 위에 겹친 뒤 나타나는 이미지를 사진으로 찍었다.
사진 속 세 겹으로 흐릿하게 겹쳐 나타나는 작가의 모습은 한 인간이 가진 정체성의 여러 가지 면을 함축해 보여준다.
전시에서는 '프로젝트'와 '레이어스' 시리즈, 그리고 그 중간 기간에 작업한 '파츠'(Parts) 시리즈 등 50여점을 볼 수 있다.
한국 대학에서 사진을 공부한 뒤 1994년 미국으로 떠나 지금껏 그곳에서 작업해 온 작가는 이제 한국으로 돌아와 작업 중이다.
전시는 6월19일까지. ☎02-745-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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